항저우AG 이어 중러 정상회담
도발 시점 택하기 쉽지 않아
김정은 19일째 공개활동 없어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은 10월 중 군사정찰위성을 재발사 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5월과 8월 쏘아올린 위성이 잇달아 추락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세번'의 도전을 공언한 것이다.
[아무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이 13일 오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설 투어를 하고 있다. 2023.09.13 wonjc6@newspim.com |
이달 들어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위성 발사 관련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기지에서 포착되는 징후도 없고 국제기구에 항행금지구역을 통보하는 등의 동향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의 잠행이다. 10일 노동당 창건 78주년을 맞았지만 관련 행사에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9차 회의에 나온 이후 19일째 공개활동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16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 창건 축하행사에 김정은과 함께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이 불참했다"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해온 측근과 함께 위성 재발사를 위한 작업에 몰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앞서 지난달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이 지난 6월 1일 공개한 하루 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장면. 3단 추진체의 머리 부분이 뭉툭한 위성탑재 부위가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러시아의 첨단 우주기지를 회담장으로 삼았다는 건 그만큼 김정은이 위성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푸틴도 이 자리에서 북한에 위성발사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회담 한달을 넘겼지만 아직 위성 발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북러 협력이나 북한의 위성 재발사 일정이 드러난 건 없는 상태다.
활발한 무기 밀거래 동향이 포착되고 있을 뿐이다.
전성훈 경민대 겸임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무엇보다 북한의 공식 발표가 중요한데 아직 징후나 입장 발표가 없다"면서 "발사가 어렵다면 연기하겠다는 설명 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 시점을 언제할지도 북한으로서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이 가장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에 이어 17일부터 이틀간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이 택일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 행사 모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을 들여온 행사라는 점에서 바로 이웃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도발을 벌인다는 건 김정은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9차 회의에서 대의원증을 들어 표결하는 노동당과 군부, 내각 간부들과 함께 앉아 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라 의결권이 없다. 여동생인 김여정(붉은 원)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푸틴과의 정상회담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무기 제공 등 북러 밀착을 보는 시진핑과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잔칫상을 둘러엎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상황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온통 중동문제에 쏠려있는 상황도 김정은은 위성발사 도발의 변수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으로서는 발사 일정이 늦춰질 경우 체면을 구길 수 있다.
하지만 3번의 도전이 실패할 경우 리더십에 더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완벽한 상태에서 재발사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전성훈 교수는 "핵심적인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위성을 재발사 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서두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한 10월 중 발사를 위해 남은 보름 기간 동안 안간힘을 다하겠지만 실패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