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자체 근원 물가지표 사상최고
이 기사는 10월 26일 오후 3시1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주요국 중앙은행들처럼 일본은행(BOJ)도 물가의 기저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근원 물가지표를 산출해 활용한다. 최근 이 지표가 역대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18개월 연속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소비자물가(CPI) 오름세를, 외부 요인에 의한 일시적 흐름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기저가 몹시 끈적하고 견고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을 견인하는 동력이 재화 가격에서 임금상승에 기반한 서비스 가격으로 옮겨가고 있어 이 흐름은 당초 예상보다 더 지속성을 띨 수 있다.
당장 다음주(10월30일~31일) 정책회의에서 BOJ가 정책조정에 나서지 않더라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정당성을 부여할 토대가 하나 둘 갖춰지고 있다.
1. 표층
아래 차트는 총무성이 매월 발표하는 일본의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그리고 근원근원 CPI 추이다. 기본적으로 BOJ가 설정한 2% 물가상승률 목표는 (총무성이 매월 발표하는) 근원 CPI에 대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일본의 근원 CPI 상승률의 경우 주요국과 달리 CPI 품목 바스켓에서 신선식품만을 제외해 산출한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품목은 그대로 포함된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근원 CPI(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 제외)와 비교하려면 신선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뺀 일본식 `근원근원 CPI(Core Core CPI)`를 참고해야 한다.
일본 총무성이 매월 발표하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과 근원 CPI 상승률, 근원근원 CPI 상승률 [사진=koyfin] |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총무성의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는 여전히 BOJ의 2% 물가목표를 크게 웃돌고 있지만 지난 1월을 정점으로 둔화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뺀 근원 CPI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의 경우 연초 4.2%를 기록한 뒤 고도를 낮춰 지난 9월에는 2.8%를 기록했다. 그 과정에선 역기저 효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일각에선 이 둔화 흐름이 BOJ 인내심의 원천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2% 물가목표 달성을 자신하기에는 아직 미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저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좀 더 잘 보여주는 근원근원 CPI(신선식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여전히 한 레벨 높은 4%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다.
2. 심층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총무성의 물가 지표와 별도로 BOJ는 3개의 근원 물가지표를 자체 산출한다. 총무성의 CPI 데이터를 재가공한 BOJ식 근원 물가지표다.
BOJ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총무성의 근원 물가지표 외에 이처럼 독자적으로 3개의 지표를 집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가 동향 분석에 있어 특정 근원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근원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핌으로써 기조적 물가 변동을 더 정확하게 짚어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BOJ 내부적으로 물가 진단과 예측에 유익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중 하나는 ▲CPI 구성 품목에서 가격 변동폭이 큰 품목을 (각각 아래위 10%씩) 제거하고 평균값을 낸 예입평균치(刈込平均値 : Trimmed mean) 상승률(y/y)이다 - 절사평균치라고도 불린다.
나머지는 ▲물가상승률이 높은 품목을 순서대로 나열 한 뒤 상단에서부터 가중치를 더해 갔을 때 50% 부근에 위치한 값을 보여주는 가중중앙치(加重中央値 :Weighted median) 상승률 ▲그리고 품목별 가격 변동 분포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가격 변동률을 나타내는 최빈치(最頻値 : Mode) 상승률이다.
일본은행(BOJ)이 산출하는 3개 근원 물가지표. 예입평균치, 가중중앙치, 최빈치. [사진=BOJ) |
10월24일 BOJ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예입평균치(刈込平均値)는 전년동월비 3.4%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의 3.3%에서 재차 고도를 높였다.
몹시 끈적한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은 BOJ의 다른 두개 근원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달 연속 3.0%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에 머물렀던 최빈치(最頻値) 상승률(y/y)은 지난달 2.8%로 둔화했지만 절대 레벨은 1년전(0.9%)의 3배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가중중앙치(加重中央値) 상승률이다. 지난 20여년간 움직임이 없어 소위 `죽은 지표`라 불리었던 가중중앙치 상승률은 올 들어 계속 고도를 높이다 이번에 2%로 올라섰다. 역대 최고치다.
이로써 BOJ가 산출하는 3대 근원 물가 지표가 모두 2% 이상에 도달했다. 최근 둔화 양상을 보인 총무성의 근원 물가지표와는 반대 흐름이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더 적극적으로 제거한 BOJ의 3대 근원 물가 지표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기업들의 비용 전가 움직임이 더 많은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는 가격 상승 품목 비율에서 하락 품목 비율을 뺀 순(net)상승 품목 비율의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BOJ에 따르면 해당 비율은 지난 8월 77.8%에서 9월 79.7%로 높아졌다. 2년전에는 24.3%에 불과했다.
CPI 품목 바스켓내 `상승품목비율-하락품목비율` [사진=BOJ]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