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대구미술관에 온 렘브란트의 에칭(판화),"거장의 탁월한 시선"

기사입력 : 2023년10월30일 22:43

최종수정 : 2023년10월31일 17:43

400년 전 사진가처럼 에칭으로 인물 세부묘사
대구미술관 렘브란트 동판화 120점으로 전시개막
자화상과 인물초상, 풍경·성서이야기까지 망라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천재는 역시 천재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거장 렘브란트는 유화는 물론 판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화가 렘브란트의 동판화(에칭)들이 대구에 왔다. 대구미술관은 2023년 해외교류전인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를 10월31일 개막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렘브란트 판 레인 '돌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화상'. 1639. 에칭,드라이포인트. 렘브란트는 동판화를 제작한 후 이듬해 똑같은  이미지로 유화 자화상도 완성했다. 유화는 좌우가 바뀌어 있다. [이미지 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은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로 꼽힌다. 그런데 그는 판화가로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음을 대구에 온 작품들이 확인해준다. 다수의 미술사가들이 "렘브란트 이후 '판화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고 할 정도로 렘브란트는 판화, 특히 동판화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번 렘브란트 동판화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네덜란드의 렘브란트순회재단과 벨기에의 판화전문 미술관 뮤지엄 드리드(Museum de Reede)의 협력 하에 열리게 됐다.

렘브란트의 동판화 120여 점이 한꺼번에 대구미술관에 내걸린 것은 의미가 적지않다. 400년 전 에칭 원판을 찍은 판화이다 보니 작품이 A4용지 보다 작거나, 손바닥 만한 사이즈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본격적인 유화 작품들이 그의 끈질긴 동판화 작업과 에칭 습작을 통해 갈고 닦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어 놓쳐선 안될 전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사스키아와 함께 한 자화상'. 1636. 가장 유명한 초기 자화상이다. 화가인 자신을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2023.10.30 art29@newspim.com

렘브란트는 평생 300여 점에 달하는 판화를 남겼을 정도로 판화작업에 열과 성을 쏟았다. 야외로 스케치를 나설 때도 에칭 판을 따로 갖고 다녔을 정도로 판화작업에 '진심'이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로 명명된 것은 사진기 뺨치는 렘브란트의 예리한 포착력과 절묘한 묘사력 때문이다. 사진이 발명되기 2세기 전에, 화가는 마치 카메라 렌즈와도 같은 시선으로 17세기 세상과 풍경, 당시 인물들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렘브란트가 위대한 것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록 주문을 받아 제작한 인물초상이라 할지라도 가감없이 표현했다.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잘 알려진 그는 위대한 인물일수록 그늘까지 담아내려 했다. 또한 거지, 낭인 등을 즐겨 대상으로 삼아 인간의 여러 단면을 포착했다.

렘브란트는 판화작업에서도 뛰어난 작가적 역량으로 대상의 특징을 절묘하면서도 속도감있게 뽑아내 역시 거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술관측은 렘브란트의 동판화 120점을 자화상/거리의 사람들/성경 속 이야기/장면들/풍경/습작/인물·초상 등 모두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소개한다. 7개의 카테고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화상과 인물·초상화다. 작가로서 그만큼 인물 표현에 가장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부드러운 모자를 쓴 자화상' 1634. 에칭. [이미지제공= 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다음으로 성서 속 이야기를 다룬 작품과 풍경 작업은 마치 연극무대를 보듯 드라마틱하고 입체적이다. 풍경 연작은 저 멀리 풍차가 돌아가고, 늪지에 드리운 아름드리 나무들과 크고 작은 집들이 어우러져 풍경화의 묘미를 선사한다.    

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렘브란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고, 그 빛과 어두움, 무엇보다 그의 '세상을 향한 시선'을 함께 돌아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즉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세상과 인간을 작가적 시선으로 관찰하고 표현했던 위대한 화가의 진면목을 다양한 작업을 따라가며 음미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화상의 대가다운 렘브란트의 판화 자화상

17세기를 통틀어 렘브란트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는 흔치 않다. 그의 자화상 작품들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늙어갔는지를 가늠케 한다. 그렇다면 렘브란트는 왜 그리도 자화상에 올인했을까? 

카메라가 없었던 시기 화가에게는 자신의 얼굴이 가장 손쉬운 연습용 모델이었다. 렘브란트는 네덜란드의 레이던에 머물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주로 그렸다. 2개의 거울을 앞에 두고 행복, 분노,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을 낚아채 이를 에칭으로 표현했다. 이같은 내밀하고 끈질긴 훈련은 그가 훗날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발전하는데 귀중한 자양분이 됐다.

또 그 당시 손바닥 크기만한 자화상 판화는 '명함' 역할도 했다. 자신에게 초상을 의뢰한 사람에게 또는 작품구매자에게 렘브란트는 직접 그린 자화상 판화를 명함처럼 건넸다고 한다. 이를 받은 사람은 물론 크게 반겼을 듯하다. 

렘브란트의 초기 판화 자화상 중에는 '모자를 쓰고 웃는 자화상'(1630)과 '부드러운 모자를 쓴 자화상'(1634), 그리고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이 이번 대구미술관 전시에 왔다. 1630년경 렘브란트는 여러 감정을 보여주는 작은 자화상 동판화를 다수 제작했는데, 그는 이 자화상들을 나중에 성서나 역사의 장면을 그릴 때 인물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했다. 

렘브란트는 자신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사스키아도 즐겨 그렸다. '사스키와 함께 있는 자화상'(1636)은 사스키아와 결혼한 후 2년 뒤 그린 그림으로 부부가 함께 등장하는 유일한 판화다. 16세기 스타일의 챙 넓은 모자를 쓴 렘브란트 곁에 사랑스런 아내 사스키아를 배치했다. 이 작품에서 자신을 호기로운 화가로 표현한 반면, 아내는 마치 아기처럼 작고 해맑게 표현해 대조적이다. 초창기 자화상 중 가장 유명한 자화상이다.

'돌난간에 기대어 선 자화상'(1939)은 렘브란트가 서른세 살 때 그린 에칭 자화상이다. 암스테르담의 브리스트라트에 새 집을 구입했을 때의 모습으로, 화려한 옷차림에 벨벳 모자를 쓰고 난간에 팔을 얹은채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거장 라파엘로와 티치아노의 초상화를 참고한 작업으로, 작품이 맘에 들었는지 화가는 1년 뒤 이 자화상을 유화로 다시 그렸다. 이 작품은 후대에 많은 화가들이 모사했을 정도로 빼어난 수작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잠든 여자 한명과 두 명의 여자'. 1637. 에칭. 렘브란트는 아내이자 작업의 뮤즈인 사스키아를 즐겨 그렸다.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뮤즈였던 아내를 끝없이 그린 렘브란트 

'진주 머리장식을 한 사스키아'(1634)는 렘브란트와 사스키아가 1634년 6월 결혼식을 올릴 무렵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판화다.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 사스키아를 매우 섬세하고 다정하게 묘사했다. 2년 뒤 작품인 '사스키아와 다른 사람들'(1636)은 중앙에 보이는 여인은 물론 주변의 두상 스케치 역시 사스키아로 보인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당시 그녀의 나이는 스물네 살이었다. 사스키아가 렘브란트의 영감의 화수분인 '뮤즈'였다는 것은 다양한 회화, 에칭, 드로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잠든 여자 한 명과 두 명의 여자'(1637)는 에칭 판을 습작에 사용하곤 했던 렘브란트의 면모를 확인해주는 작품이다. 화가는 빠르게 스케치한 일상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 등 다양한 장면을 동판 위에 그려넣었다. 그런 다음 이를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종이에 찍어냈다. 이런 습작활동을 통해 렘브란트는 작가적 훈련을 쉼없이 이어갔는데 상당수 작품에서 아내인 사스키아가 등장한다. '잠든 여자..' 중 병상에 누운 여성은 아내의 모습이다. 이 때는 사스키아가 아들 티투스를 낳고 매우 병약해졌던 시기다. 이후 사스키아는 서른도 안돼 세상을 떴다.

◆풍경화에서도 탁월한 솜씨 발휘한 거장

렘브란트의 풍경 판화는 1640년에서 1653년 사이에 제작됐다. 사스키아가 죽자 렘브란트는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생했다. 암스텔 강을 따라 도시를 벗어나 들판을 누비곤 했던 그는 그림을 그릴 종이 외에도 동판을 가지고 다니며 에칭작업을 했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가 등장하는 '풍차'(1641) 등 사실적 풍경화가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 상상에서 비롯된 풍경도 있다. 몇몇 풍경 판화에는 산악지대가 등장하는데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풍경 판화에는 인상적인 나무들 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시골집 세 채가 있는 길가 풍경', 1650. 에칭, 드라이포인트,16.2×20.3㎝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시골집 3채가 있는 길가 풍경'(1650)은 풍경 판화 중 가장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과감한 대각선 구도로 높이 솟은 나무와 오두막 3채를 그려낸 이 작품에서 렘브란트는 나무 등의 표현에 드라이포인트 기법을 사용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렘브란트의 '성서이야기'판화

당대 최고의 실력파 화가였기에 렘브란트에게는 성경 속 장면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십자가에서 내림'(1633)은 비교적 큰 사이즈(53×41㎝)의 판화다.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다른 에칭들과 달리, 자신의 유화를 복제한 판화로, 십자가에서 내려지고 있는 예수와 슬퍼하는 이들 뒤로 예루살렘의 성벽이 보인다. 루벤스의 대표작인 앤트워프 대성당 제단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십자가에서 내림' .1633 에칭, 뷰린, 53×41㎝ 루벤스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한 그림이다. 이례적으로 원화를 먼저 그린 뒤 판화를 나중에 제작한 사례다. [이미지 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이 판화는 미술품 딜러인 헨드릭 아윌렌뷔르흐가 출판한 판화집에 수록됐다. 레이던 출신인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에 처음 입성했을 때 그의 집에서 지냈는데, 그곳에서 헨드릭의 조카딸인 사스키아를 만나 결혼한다. 

'아담과 하와'(1638)는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추방당하는 아담과 하와를 묘사한 작품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창세기 속 스토리를 렘브란트는 여타 화가들과는 달리 아담과 하와를 늙고 주름진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상적인 청춘의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으로 표현했기에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

'아브라함의 희생'(1655)은 아들 이삭을 신께 제물로 바치려는 순간 극적으로 천사가 나타나 아브라함의 팔을 붙잡는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판화다. 또 '착한 사마리아인'(1633)은 길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모두가 외면하는데 사마리아인이 여관으로 데려가 돌봐주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사마리아인이 여관에 도착하는 장면 앞에, 배변하는 개를 커다랗게 그려넣어 놀라운 현실감을 더했다. 두둑한 베짱이 아니고선 그같은 시도는 하기 힘들었을 법하다.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이 그림은 작가 사후 여러 작가들, 특히 프랑스 화가들에 의해 모사됐다.

◆숭고한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인물·초상

렘브란트는 젊은 여성, 지인들, 노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을 판화로 제작했다. 이 판화들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강렬한 명암대비 등의 효과를 자주 시도했다. 당시 수집가들 사이에 렘브란트의 이같은 얼굴 판화(트로니)는 수요가 제법 높아, 트로니만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작품 속에 작가의 개성과 인간미가 배어있는 데다, 소장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갈라진 털모자를 쓴 늙은 남자' , 1640 에칭, 드라이포인트, 15×14.7㎝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갈라진 털모자를 쓴 늙은 남자'(1640)는 독특한 모자를 쓴 노인을 세밀하게 묘사한 인물화다. 머리 부분에 비해 비교적 간결하게 표현된 손은 가슴에 올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작품의 카운터프루프 버전이 함께 나와 비교하며 감상하도록 했다. 카운터프루프(Counterproof)는 판화를 찍은 다음,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종이 위에 새 종이를 올려서 얻은 '좌우가 반전된 판화'를 가리킨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렘브란트 판 레인 '유대인 신부' 1635. 에칭, 드라이포인트, 뷰린, 21.9×16.8㎝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유대인 신부'(1635)는 렘브란트의 어머니가 모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렘브란트는 20여 점의 공식 초상화를 판화로 제작했다. 렘브란트의 초상화 속 인물은 작가와 대부분 사적인 관계였다. 간혹 의뢰를 받아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설교자 얀 위텐보해르트를 모델로 한 작품이 그 예다. 렘브란트는 이 초상에 엄청난 공력을 들였다.

렘브란트는 1630년대초 노인 연작을 여러점 완성했다. 그 중 '풍성한 수염의 늙은 남자'(1630)는 긴 수염의 노인을 그린 판화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습용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역사적 인물 내지는 성경 속 인물을 연상시켜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꽤 높았다.

'아브라함 프란센, 약제사'(1657)는 암스테르담의 약제사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프란센을 그린 초상 판화다. 렘브란트의 절친한 친구로, 작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이다. 이 초상화가 친한 친구를 위해 선물로 제작되었는지, 또는 주문에 의한 작품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열렬한 미술품수집가였던 프란센의 성향이 작품 곳곳에 반영돼 흥미롭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렘브란트 판 레인, '목욕하는 다이아나' 1631. 에칭 ,17.8×15.9㎝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벽에는 세폭짜리 제단화와 그림이 걸려 있고, 탁자에는 판화와 드로잉 작품을 보관하는 화보집이 놓여있다. 심지어 왼쪽 구석에는 작은 불상도 있어 당시 국제무역이 본격화된 암스테르담의 상황을 유추케 한다. 렘브란트는 프란센의 직업을 상징하는 두개골과 의약용 항아리도 그려넣었다.

그리스신화를 차용한 '목욕하는 다이아나'(1631)는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가 숲에서 목욕하던 중 침입자를 발견했는지 어깨를 돌려보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어깨 너머로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는 앵글이 당시로선 꽤나 획기적이었다.

◆전형성을 벗어나 삶의 결정적 장면에 주목

렘브란트는 인물, 풍경, 정물, 동물 등 모든 분야에 능수능란했다. 글을 읽고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상상력도 뛰어났다. 특정한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할 것인지 잘 포착해냈을 뿐 아니라 주변 인물과 동물같은 조역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게다가 뻔한 전형성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렘브란트 판 레인 '아브라함 프란센, 약제사' 1657. 에칭. [이미지제공=대구미술관] 2023.10.30 art29@newspim.com

'팬케이크 굽는 여자'(1635)는 17세기 네덜란드 서민 여성이 집 마당에서 팬케이크를 굽는 모습을 재기 넘치게 표현한 판화다. 한 아이는 팬 안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고, 맨 앞의 작은 아이는 강아지에게 팬케이크를 뺏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돼지'(1643)는 렘브란트의 판화 중 가장 시니컬한 작품이다. 다리가 꽁꽁 묶인 커다란 암퇘지가 어느 집 앞에서 죽음의 순간을 맞고 있다. 돼지 뒤에는 도끼와 칼을 든 도축업자가 서있고, 그 옆에는 한 소년이 돼지 방광을 손에 들고 있다. 곧 축구공 차듯 이를 갖고 뛰놀 참이다. 17세기에는 도축업자들이 가축 주인의 요청을 받고 집으로 찾아가 도축을 해주곤 했는데 동네 주민과 아이들에겐 한판 볼거리였다. 이같은 장면을 그린 회화들이 오늘날 많이 전해지는데 대개는 도살장면을 묘사한데 반해 렘브란트는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는 돼지를 전면에 크게 배치하고, 세밀히 묘사했다.

렘브란트는 책의 삽화를 위해 일상의 여러 장면을 판화로 남겼다. 쥐 잡는 사람, 양치기 소녀를 유혹하는 피리 연주자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한편의 우화같은 이들 판화는 단순해 보이는 정경에 위트와 페이소스가 곁들여진 것이 특징이다.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1631)는 렘브란트의 인간애를 보여주는 판화다. 끈으로 묶은 개를 옆에 둔 것으로 보아 바이올린 연주자가 시각장애인임을 알 수 있다. 이 무렵 렘브란트는 거리의 낭인과 거지들을 소재로 판화 여러 점을 제작했는데, 저으기 신산스런 가운데 사회적 약자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대구미술관에서의 렘브란트 판화전은 2024년 3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1000원을 내고 입장하면 대구미술관이 개최 중인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윤석남'과 '이성경:짐작하는 경계', '어미홀프로젝트 칼 안드레'(12월31일까지)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대구국제아트페어(11월2~5일) 기간 중에는 동대구역과 엑스코, 수성못을 오가는 '대구시티투어'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노멀' 이 된 1450원...환전 시기 등 문의 봇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로 치솟으면서 고민이다. 이씨는 내년 1월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환율이 급등해 원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달러 환전 시기, 환전 방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A씨의 경우처럼 은행 영업점에 환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A은행의 영업점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전시기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환율 수수료 우대에 대한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은행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우대하기 때문에 더욱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신한은행(신한쏠), 하나은행(하나원큐) 등 '앱환전'을 한 후 영업점에 방문해 이를 찾기만 하면 된다. 고객은 원하는 금액과 환전 날짜를 선택하고, 예약을 완료하면 지정된 날짜에 해당 금액을 확정된 환율로 환전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전 예약 시 예약한 금액과 환율에 대한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특정 조건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출국 전 급하게 공항에서 환전한다면 손실액은 커진다. 공항에서는 일반적인 현찰매매율이 아닌 '공항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달러화 기준 4%내외가 적용된다. 수수료 우대율도 낮게 적용돼, 일반 지점보다 3~4배 이상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19 yym58@newspim.com 또한 방문하려는 국가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만들어 가지고 가는 것도 또 하나의 팁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100% 환율 우대, 해외 결제·인출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해당 카드를 이용하면 북미 전역에 있는 올포인트(Allpoint) 로고가 부착된 ATM에서 인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달러 변동에 대비해 미리 환전을 해두고 현지 ATM에서 돈을 뽑아두면 원화값이 떨어져도 방어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태국과 필리핀에서 현지 제휴사 ATM에서 외화 출금이 가능한 '해외 ATM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로밍, 유심·이심 사용 고객이면 우리은행 앱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태국에서는 9만바트(약 360만원), 필리핀에서는 5만페소(약 120만원)까지 출금할 수 있다. 신한금융의 'SOL 트래블 체크카드'와 우리금융의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는 체크카드 연계 외화계좌에 달러나 유로를 예치하면 달러는 연 최대 2%, 유로는 1.5% 이자를 지급해주는 만큼 이자도 받을 수 있다. 'SOL트래블 체크카드'의 경우 전 세계 통화 30종에 100% 환율 우대와 해외 결제 및 해외 ATM(자동 입출금기) 인출 수수료 면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의 경우 부족한 돈을 자동 환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외화를 미리 충전해두지 않아도 된다. B은행의 영업점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적의 환전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일단은 환율 추이를 지켜보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y2kid@newspim.com 2024-12-23 16:52
사진
트럼프 만난 정용진 "믿고 기다려달라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며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이니 믿고 기다려달라, 빨리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16~21(현지시간)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르며 당선인과 함께 환담을 나눴다. 이번 미국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정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한국 기업인을 만난 건 정 회장이 처음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 정 회장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이나 주변인이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다"며 10~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양국 간 민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엔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며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가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한국 기업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제가 말씀드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받았는지 여부에는 "특별하게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도 "정부 사절단이 꾸려지는 대로 참여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 소회에 대해선 "트럼프 주니어 초대로 이뤄진 것으로,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인사들을 소개해 줘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지에 관해선 "만났다"며 "그냥 짧은 인사 정도만 나눴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가 한국 상황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엔 "관심 없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테슬라의 국내 1호 오너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이번에 그룹의 미국 사업 확대 계획을 논의했는지에 관해선 "사업적인 얘기니까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아웃렛, 골프장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mkyo@newspim.com 2024-12-22 20:5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