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간 원유·금 ETF에 146억원 몰려
美국채 10년물 하락으로 금 가격 조정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이스라엘·하마스 갈등과 고유가 추세로 인해 원유와 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물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채 10년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의 가격 조정 가능성이 크고 유가 상승세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43억원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원유 ETF에는 103억원이 모였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3.11.03 stpoemseok@newspim.com |
현물 ETF에 투자자가 쏠린 이유는 이·하 갈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고유가 현상이 때문이다. 중동 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지수도 지난 달 19일(현지시간 기준) 배럴 당 89.37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쟁 발발 직전 82.79달러까지 내렸다가 열흘 새 급등했다.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했다.
이번 갈등이 본격화한 10월 7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2402.58에서 2343.12까지 떨어졌다. 거래량도 9115억원에서 3774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라 여겨지는 채권이나 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주식 시장에서 매물 출회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과 원유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안전자산의 가치가 우상향할 때는 미국채10년물과 금 등 여러 안전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경향을 보이는데, 현재 미국채10년물 가격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10년물은 107.42 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올해 1월 2일에 기록한 112.50달러 대비 5.08달러 적은 수치다.
홍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채10년물의 가격은 떨어지면서 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일시적인 수급 증가 때문"이라며 "절대적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금 가격은 조정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유가가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WTI 가격은 배럴당 82.5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달3일에 기록한 89.23 달러보다 6.28달러 적은 수치다.
이러한 유가 하락세는 이·하 갈등으로 인한 원유 공급 감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이란 등 주변국으로 확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원유 생산시설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원유 가격이 100 달러 선을 넘어갈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홍 연구원도 "원유 가격은 분쟁 등 일시적 문제보다는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며 "최근 주요 공급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연평균 배럴 당 85달러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80달러 중반에서 유가 박스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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