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대담
"자기 진영에 엄격해야 국민들 시원함 느껴"
"정치는 검찰 아냐...청년정치 근본 캐치해야"
[순천=뉴스핌] 김승현 기자 = 천하람 국민의힘 국민의힘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 당협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취약점인 호남, 청년, 중도층을 상징하는 젊은 정치인 중 대표급 주자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고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낸다. 그러면서도 '내부총질'한다는 비판은 별로 듣지 않는다.
기자는 그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을 찾아 그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보수에서 정치를 하는 청년들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은 단순명쾌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자기 진영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청년들에게는 그들이 왜 정치를 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캐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 정치인들도 "여당이니까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세일즈가 아닌 대통령과 국민이 멀어지지 않도록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2023.03.03 photo@newspim.com |
다음은 천하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의 희생이 없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식은 비슷하다. 자기 진영을 희생해야 된다.
지난 총선들을 보면 정당에서 권력자들과 가깝지만 비호감인 사람을 쳐내는 게 성공의 1번 방정식이다. 예컨대 김종인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정청래 의원을 쳐냈다.
국민들이 이런 모습을 시원해 하는 이유는 권력자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이 자기 사람이나 우리 진영에 엄격한 모습을 보여준 게 뭐가 있나.
국민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칼을 휘두르는 것을 시원해 했다. (당시는) 같은 진영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진영이든 아니든 같은 잣대를 휘두르겠다는 것이 사이다의 핵심 요소여야 되는데 그게 없다. (용산에) 들어가고 나서는 오히려 감싸고 있다.
예컨대 국민들이 싫어하는 게 뭐냐. 법조 기득권이다. 법조 기득권 손질은 윤 대통령이 아니면 못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여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에 썩은 부분을 칼질하는 대통령이다"라는 인식이 없다.
윤 대통령이 이준석, 유승민을 끌어안아야 된다는 게 사실은 희생이다. 내가 싫은 사람에게도 내 권력의 일부를 떼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나온다. 국민들은 권력을 움켜쥐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박수를 안 보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2023.03.03 leehs@newspim.com |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위해 보수 청년 정치인들이 합심해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왜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 죽자고 싸우고 있냐는 비판도 있다.
▲제가 용산에 있는 소위 대통령께 충성하는 참모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대통령을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다. 그러면 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대통령을 왜 우리가 지키냐.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지금 일부 젊은 정치인들도 약간 이상한 착각에 빠져 있다. 우리 대통령은 정치를 오래 하신 분이 아니고 정치적인 기반이나 콘크리트 지지층이 확실하신 분도 아니다. 대선도 간발의 차로 이겼기 때문에 우리가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조금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우리가 더 앞장서서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윗분들이 타성에 젖어 "대통령님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할 때 "아닌데요"라고 하는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 지난 대선 때도 청년 보좌역들이 후보를 앞에다 두고 "이 따위로 할 거면 다 그만둔다"고 아예 들이박았던 일이 있었다.
그게 사실은 대통령을 지키는 방법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청년들이 대통령 세일즈를 왜 하나.
대통령의 문제도 있다. 정치는 검찰 수사가 아니다. 지난 대선 경선 기간 당시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식사하며 "이제 검찰과 정치의 차이를 조금 알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황 전 대표가) 당대표 되고 나서 처음에 각 지역 당협위원회 별로 괜찮은 사람 몇 명씩을 추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당협위원장이 머리에 총을 맞지 않고서는 좋은 사람을 추천할 리가 없다. 추천하면 다 자기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한 사람들만 잔뜩 올라 오길래 생각을 바꿔서 옆 지역구 인재를 추천하라는 오더를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로 '짬짬이'를 맺고서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만 추천하는 것을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다고 말하더라. 검찰은 명령을 내리면 최소한 취지대로 하는 척이라도 한다. 피라미드 공무원 조직의 상명하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는 각자의 욕망이 살아서 휘몰아치는 정치판이다. 냉정하게 보면 각 정치인은 한 명 한 명의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윗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게 좋은 정치인의 덕목은 아니다. 그러고 싶으면 스텝(참모)을 해야 한다.
충실하게 자기 맡은 바를 조용하게 하라는 것은 유능한 젊은 검사들에게는 요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정치인들한테 "시키는 거나 묵묵하게 잘해. 정치적인 입장 밝히지 말고"라고 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은 안 온다.
그래서 대통령이 젊은 참모들에 대해 요구하는 덕목이나 생각하는 그림을 바꿔야 한다. 물론 대통령 참모는 "대통령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어렵겠지만, 당에 있는 최고위원들은 대통령실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당이다. 그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유능한 사람은 결코 오지 않는다. 청년들이 정치해 보겠다는 것은 내 뜻대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인데 위에서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 올라갈 것이었으면 정치 안 한다.
윤 대통령은 청년 정치인들이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와 욕망을 캐치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민의힘 친이준석계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오찬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2023.02.12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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