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2개 크기 공장 준공
영업익 최대 3000억원 목표
나경수 사장, 4년간 협력사 찾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SK이노베이션의 석유 화학물질 부문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주력 분야였던 범용 화학제품에서 사업 무게의 추를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옮기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고부가치를 창출하는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SK종합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울산 기나프타분해시설(NCC)공장 가동을 48년만에 중단했다. NCC 공장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가장 기본 설비다.
나경수 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SK지오센트릭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지오센트릭]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쓰레기로 버리고 태웠던 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매출은 약 7000억원을 상회할 것이고, 영업이익은 2500~3000억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일인 15일을 하루 앞두고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글로벌 파트너사인 캐나다의 루프(Loop Industries), 미국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CT) 최고경영자(CEO)와 영국의 플라스틱에너지사 부사장이 자리했다.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파트너사와 손잡고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울산에 축구장 22개 크기의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조성한다.
화학적 재활용 방식인 ▲열분해 ▲페트(PET) 해중합▲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PP 재활용) 등 3가지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재활용 단지는 전 세계를 통틀어 ARC가 처음이다. ARC가 2025년 가동되면 연간 25만t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300~800도에 달하는 고온에 가열해 일종의 '원유' 형태로 돌리는 것을 뜻한다. PP 재활용도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해 오염물질을 제거해 순수한 PP만 추출하는 기술이다
해중합은 재활용이 어려웠던 유색 페트병과 섬유 등의 플라스틱 분자 덩어리를 해체하는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작은 단위까지 분해해 플라스틱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린다.
루프는 열분해, PCT는 PP 재활용 분야에서 SK지오센트릭과 합작법인(JV)을 꾸렸다. 플라스틱 에너지는 열분해 분야에서 협력한다. 나경수 사장이 4년간 전 세계를 돌며 최상의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찾은 끝에 이들과 협업하게 됐다.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 참석한 SK지오센트릭과 재활용 전문 기업 사장들이 울산ARC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루프(Loop Industries) 사장, 잉 스테이튼(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Plastic energy) 부사장 (좌측부터). [사진=SK지오센트릭] |
이 외에도 충남 당진에 '플라스틱 에너지'와 연간 폐플라스틱 6만6000t을 처리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ARC이 가동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약 32만톤이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진다. 약 8만t으로 추정되는 태평양에 있는 쓰레기 섬을 ARC를 가동하면 3개월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경수 사장은 "플라스틱 원료를 반세기 간 만든 기업으로써 책임 느낀다"며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만들어 쓰게 하고, 나아가 고기능·고부가가치 플라스틱을 만들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공급을 앞서게 될 것"이라며 "30% 수준의 선판매를 이뤘고, 내후년엔 70%까지 선판매가 무난하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SK지오센트릭은 ARC 전체 생산 물량의 70%의 수주처를 공장 완공 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30년 수요는 약 1억6500만t에 달하지만 공급이 4500만t에 불과해 재활용 소재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봤다.
폐플라스틱 선별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나경수 사장은 "깨끗하지 않고,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들과 제휴를 통해 전체 타깃(목표)의 60%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폐플라스틱의 가격이 높아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경수 사장은 "비용은 고정비와 피드(재료를 싸게 구입하는 것), 오퍼레이팅(설비 가동)으로 나뉘는데,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피드와 오퍼레이션으로 높은 가격을 상쇄할 것"이라며 "비용은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 경영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플라스틱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고 반박했다.
나경수 사장은 "SK지오센트릭 새로운 미래는 '화학 산업'을 재해석하는 것"이라며 "플라스틱 재활용과 울산 ARC로 한국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