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 규모보다 증원 규모 높아
야당 "의료계 눈치보느라 발표 미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보건복지부가 이번 주로 예고한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17일 잠정 연기했다. 수요조사는 마무리돼 결과를 손에 쥐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발표를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의사가 부족한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에 필요한 의료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공지했다가 4시간 만에 공지를 철회했다. 복지부는 이후 17일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10일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간담회'를 열고 의대정원 확대 및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자료=보건복지부] 2023.11.17 sdk1991@newspim.com |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일정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뒤 취소되자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눈치를 보느라 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이 수요조사의 실효성에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수요조사에 대해 "모든 대학이 의대 증원을 하고 싶어하는데 고양이한테 생선 몇 마리 먹을 거냐고 묻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조사"라고 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정부와 협상하는 의료현안 협의체 단장이 교체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런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에 "따져볼 상황 등이 있어 연기했으나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조 장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가 잠정 연기되자 야당에선 정부 정책 개선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강 의원은 의대 증원 발표 연기에 대해 "정부가 당초 예상한 수치보다 높아 추산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늘어난 만큼 의사 단체 반발이 예상되니 발표를 못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50인 이하 '미니 의대'(빨간색 표시)의 경우 최소 80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는 당초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규모를 1000명을 예상했다. 그런데 각 대학에서 현 정원의 2배~3배를 요구해 예상보다 수요 규모가 커져 최소 2000명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정부는 국민연금도 그렇고 의대 증원도 발표한다고 했다가 안 하고 있다"며 "수요 조사 결과를 빨리 공개하라고 하는데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하는 '공공·필수·지역 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의 정책위원회 수석 부의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의사 단체가 당사자로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논의를 독점해선 안 된다"며 "복지부가 여러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선 선을 그은 상태다. 서 이사는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항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의견을 전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번 주 예정했던 수요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 데 이어 아예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연 이유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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