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팩 상장 16개 사 중 15개사 당기순익 감소
학계 "상장 기한 늘리고 심사 여건은 엄격해야"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올 한해 스팩 제도를 통해 우회 상장한 기업 중 대다수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장 기한을 늘리고 심사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3년도 스팩 상장 기업 16곳 중 93.7%에 해당하는 15곳이 이번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적자거나 하향세를 보였다. 통합 정보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벨로크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3분기 1억7563만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52억77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코어라인소프트도 같은 기간 40억1797만원에서 8억 8703만원으로 실적이 급감했다. 특히 지난 8월 31일 상장한 크라우드웍스의 이번 3분기 누적 113억 9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3.11.22 stpoemseok@newspim.com |
스팩 상장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벨로크는 전날 1471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9월 21일에 기록한 2290원에 비해 35.76% 감소한 수치다. 세니젠의 경우 지난 3일 상장 후 지난 21일까지 주가가 9450원에서 4545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주가도 마찬가지로 지난 9월 18일 이후 지난 21일까지 3만 5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약 45.7% 내렸다.
이를 두고 스팩 상장 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스팩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말하며, 스팩이 먼저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비상장 기업을 합병한다. 경제 침체기에 비상장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우회 상장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팩 기업 주관사와 발행사가 협의한 가격을 거래소의 승인만 받으면 그대로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심사 기업의 실적을 과대 평가할 여지가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비용이나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만을 목적으로 기업 규모를 부풀리는 '뻥튀기 상장'이 스팩 제도에서도 많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스팩 기업의 합병 기한이 촉박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안에 피합병회사를 찾지 못하면 한국거래소에 의해 자동 해산된다. 이는 스팩 기업에 있어서 사망 선고와 다름 없기 때문에, 스팩 기업은 경영 능력이 아닌 '신속 상장'만을 추구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 수요도 줄어드는 등 피합병회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상장 기한에 비해 시장 상황이 나빠진 점도 비우량 기업 합병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결방안으로 경제 불황을 감안해 스팩 해산 기간을 장기화한다거나 수요예측 면제 등 스팩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서도 스팩 고평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강구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측은 "상장심사 절차에 대한 사실 확인을 더 꼼꼼히 진행할 계획"이라며 "금감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편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상장 적격성 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는 해당 제도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며 반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합병 상장 관련 심사를 할 때 실적 외에도 봐야할 부분들이 많다"며 "스팩 상장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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