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23일 '명문' 등 전수조사 앞두고 학술세미나...조사 방향 공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024~2027년 전수조사...명문·지표·수중조사
손병복 울진군수 "국가 문화유산 지정 노력"
[울진·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성류굴은 단순한 자연유산이 아닌 역사.문화유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복합유산으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복합 동굴유적이자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이다."
'국민동굴'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울진의 대표 관광명소인 성류굴이 지난 2019년 성류굴 내부에서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 명문((銘文)이 다수 발견되면서 '문화.역사유적'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명문(銘文)'은 금속이나 돌 등에 새긴 글이다.
'국민동굴'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155호인 울진 성류굴에서 지난 2011~2019년에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명문들이 다수 발견됐다. 사진은 2019년에 발견된 '신라 진흥왕이 560년 6월에 성류굴을 다녀갔다'는 내용이 새겨진 명문. [사진=오세윤 문화재전문 사진작가 촬영, 울진군] 2023.11.24 nulcheon@newspim.com |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3일 경주에서 '성류굴 명문 발굴 현황과 앞으로 과제'의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고 연차적 전수조사의 방향을 공유했다.
[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주 힐튼호텔에서 23일 열린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의 학술세미나. 2023.11.24 nulcheon@newspim.com |
[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주 힐튼호텔에서 23일 열린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의 학술세미나.2023.11.24 nulcheon@newspim.com |
이날 학술세미나는 △김련 박사(한국동굴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성류굴의 자연(지질) 유산적 가치' △이일규 교수(연세대)의 '울진 성류굴 새김글과 신라사의 '틈새'' △심현용 박사(울진군청)의 '명문 발견 경위와 기록에 등장하는 울진 성류굴' △전경효 국립경주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울진 성류굴 명문 현황과 향후 조사계획'의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김 련 박사는 "지난 2012년 성류굴 내 마지막 호수(11광장)에서 4000만년 이상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패충류(성류씨벌레)가 발견돼 '살아있는 화석'으로 평가받을 만큼 성류굴은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됐다"며 "성류굴은 관광명소 뿐 아니라 동굴 내부에 고환경과 지진현상, 지질학.생태학.문화.역사적 기록을 모두 보유해 방대한 학술정보를 제공해주는 자연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은 동굴"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일규 교수는 '성류굴은 자연유산으로서의 높은 가치와 함께 성류굴에서 발견된 명문을 통해 문헌이나 공식기록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당대인의 생활과 멘탈리티에 접근할 수 있는 '틈새'역할을 제고해주고 있다"며 성류굴의 문화사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성류굴은 단순한 자연유산이 아닌 역사.문화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국내 유일의 '복합유산'이자 세계적으로 찾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이다"며 전수 정밀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주 힐튼호텔에서 23일 열린 '울진 성류굴의 명문 발견' 학술세미나에서 경북 울진군청의 심현용 박사가 '성류굴 명문 발견 경위'를 발표하고 있다.2023.11.24 nulcheon@newspim.com |
심현용 박사는 지난 2019년 성류굴 내부 '명문' 발견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1광장부터 12광장까지, 특히 동굴 내부 물 속의 벽면에도 글씨(명문) 형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확인되고 있다"며 "명문 전수조사와 함께 고고학적 발굴조사와 정밀한 수중조사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 심 박사는 성류굴의 명칭 변경을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성류굴이 신라의 중앙세력에 의해 7세기 말 울진지역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파되는 초전지(初傳地)"로 파악했다.
전경효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향후 조사 계획 관련 명문 중심 전수조사 지표조사 수중조사 등 향후 전수조사의 방향과 단계를 잠정 제시하고 조사기간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기간 명문 전수조사, 지표조사, 수중조사와 함께 공개 판독회, 세미나를 거쳐 종합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 울진의 천연기념물 제155호인 성류굴 내부[사진=울진군] 2023.11.24 nulcheon@newspim.com |
앞서 지난 2019년에 성류굴 내 종유석과 석주 등에서 '정원(貞元)'· '경진(庚辰)'이라는 당나라의 연호와 간지(干支), 화랑과 승려로 추정되는 '임랑(林郎)'· '범렴(梵廉)'의 사람 이름 등이 새겨진 글자가 다수 발견되면서 명문을 새긴 사람과 시점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동굴 속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례라는 점에서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성류굴 내부에서 확인된 명문은 70여 점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때부터 고려·조선을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승려, 화랑, 지방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성류굴을 탐방하고 남긴 간략한 기록으로 추정됐다.
향후 전수조사를 통해 성류굴은 자연유산에 이어 역사.문화사적 새로운 가치를 더해 세계적인 '복합 동굴유적'으로 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명문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성류굴이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