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의존도 낮은 한국학생들
코로나 기간 '사교육' 혜택 갈려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81개국 만 15세 학생(중3~고1)을 69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결과 한국 학생의 성적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성적 격차도 더 벌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학업 성취도 최상위권을 기록했지만, 학습 수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공교육 시스템보다 사교육으로 메꿔진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6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계 내부에서 PISA 결과를 두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란 의견이 나왔다.
대치동 학원가. [사진=뉴스핌 DB] |
전날 OECD가 공개한 PISA 2022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학업성취도 수학 부문은 527점이었다. OECD 회원국 37개국 중 한국의 수학 순위는 1~2위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수학 부문 OECD 국가 평균은 472점으로 한국에 비해 55점가량 낮다.
읽기와 과학 과목도 한국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았다. 읽기는 1~7위(515점), 과학은 2~5위(528점)로 한국은 상위권에 올랐다. OECD 평균은 읽기 476점, 과학 485점이다.
2018년 결과와 비교하면 한국은 전 과목 소폭 점수가 소폭 상승했지만 OECD 국가들은 하락했다. 당시 한국은 수학 526점, 읽기 514점, 과학 519점이었고, OECD 국가들은 수학 489점, 읽기 487점, 과학 489점이었다.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는 A씨는 "다른 나라는 (학생들이) 학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공교육 의존도가 굉장히 낮다"며 "애초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든 말든 성적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는 것과 다르게 한국의 학습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학생 간 수학 성적 편차 수준을 나타내는 '학교 내 분산 비율'(98.1%)은 OECD 평균(68.3%)보다 약 30%P가량 높았다. 분산 비율은 높을수록 학생들 점수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81국 중에서는 몰타(99.7%) 다음으로 높았다.
학습 격차는 10년 전보다도 커졌다. PISA 2012때 수학 점수 분산 비율은 69.2%였는데, 10년 새 약 29%P가량의 격차가 더 발생했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등급으로 나눴을 때 상위권 비율과 하위권 비율도 각각 증가했다. 수학 상위권 비율은 21.4%에서 22.9%로 늘었다. 하위권 비율도 15.0%에서 16.2%로 커졌다. 하위권 비율은 2009년(8.1%)에 비해 2배가 올랐다. 한국 학생들 간 수학 학습 수준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수학과목은 막히는 부분을 풀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온라인 수업이 아닌 대면 수업이 유리하다"며 "교육부는 코로나 기간 온라인 수업을 제공했다고 하지만 (대면으로 이뤄지는) 사교육에 비해 부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분산비율(학습 수준 격차)가 높게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공교육이 원활하지 못할 때 저소득층이나 부모가 교육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학습 결손이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전반적인 성적이 높게 나온 건 원격수업을 빠르게 대비한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