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유임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용퇴
전망 어두운 석화 대신할 신사업 찾아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에 양대 축인 LG화학·롯데케미칼 수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지만, 김교현 롯데케미칼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김 부회장의 후임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훈기 사장이 임명됐다.
각사 수장은 석유화학 사업 부문 실적 개선뿐 아니라 고부가 소재와 배터리 등 신사업으로 수익성을 강화해야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훈기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이사 및 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 [사진=각사] |
◆ LG화학 '안정'· 롯데케미칼'쇄신'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이사 및 그룹 화학군 총괄대표로 이훈기 사장을 선임했다.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로 부임해 지난해부터 화학군 총괄대표까지 역임한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훈기 사장은 1967년생이다.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이훈기 사장은 1990년 그룹 기획조정실로 입사했다.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장으로 지내면서 그룹 신사업 발굴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이훈기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임과 동시에 화학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2014년에는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을 맡은 바 있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 등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공식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영입한 외부 인사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LG그룹의 경영진 교체 속에도 자리를 지켰다.
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하는 LG화학 청주공장. [사진=LG화학] |
◆ 신사업 추진 등 활로 모색 숙제
석화 업계 수장의 최우선 과제는 석유화학 부문 실적 개선과 신사업을 통한 사업 영역 다각화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로 석유화학 업황은 어둡다. 중국은 2020년부터 대표적인 기초소재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확대했다. 계속되는 증설로 한때 50%대에 이르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급감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플라스틱 수요가 늘자 대규모로 공장 신·증설을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281억원을 내며 5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출했다. 다만 석유화학 범용 제품을 다루는 기초소재 사업에서는 2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매출 68.7%가 기초소재 사업에서 발생한다. 이훈기 사장이 신사업 전문가인 만큼 롯데케미칼은 향후 수소, 이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 역량 강화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계열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동박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동박 시장에 진출하는 등 이차전지로 사업 영억을 확대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훈기 사장은 중국의 저가 제품에 대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리티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판매 비중을 오는 2024년 10% 이상에서 오는 2028년 75%로 늘리는 목표로 내걸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역시 롯데케미칼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3분기에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을 끊었지만, 석화 분야의 내년 전망은 어둡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유임으로 석유화학 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스페셜티(고부가치)와 전지 소재 투자의 연속성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연구개발에 1조4917억원을 투자하면서 ▲전기차용 고용량·장수명 양극재 ▲바이오 원료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 등을 개발하는 등 '3대 신성장 동력' 중심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신성장동력 추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 역량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