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SK텔레콤 근무한 '텔레콤맨'
MNO·미디어·재무·전략 아우르는 다방면 전문가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으로 AI 컴퍼니 발판 마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의 올 한 해는 '인공지능(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 유영상 대표는 신년사에서 SK텔레콤이 AI 컴퍼니로 가는 여정에서 올해는 '도약'과 '전환'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 정기 인사에서 그가 내다본 2024년은 "AI 피라미드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해 변화와 혁신의 결실을 가시화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다.
유 대표는 2021년 SK텔레콤 대표 취임 이후 'SKT 2.0' 전략을 발표했다. 'AI&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컴퍼니'를 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챗GPT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켰고 통신을 포함한 IT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정도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기업 M&A·신사업 발굴 전문가로 성장한 '텔레콤맨'
1970년생인 유영상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석사를 지내고 미국 워싱턴대 MBA 과정을 마쳤다. SK텔레콤에는 2000년에 발을 들였다. SK텔레콤은 당시 한국이동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선보인 후 이동통신 브랜드 011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이 시기에 SK텔레콤에 입사해 이동통신, 마케팅, 사업개발 등 다양한 현장·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9년부턴 사업개발팀에서 팀장, 본부장을 지내며 본격적으로 M&A 전문가로 성장했다. 사업개발팀장을 맡던 2012년에는 박정호 당시 부사장(현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주도하는 SK하이닉스 인수팀의 실무 책임자였다.
SK하이닉스는 2001년부터 법정관리를 받던 회사였고 2011년엔 순손실을 내는 상황까지 내몰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당시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인수를 진행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내부 반대도 심했다. SK텔레콤은 수년 동안 반도체 업황과 기업을 분석한 후 2011년 11월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 계약을 맺게 됐다.
인수 첫해에는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다음해인 2013년부턴 3조3797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SK그룹의 핵심 자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유 대표가 M&A 역량을 입증받은 것도 이 시기다.
2015년에는 SK C&C 사업개발부문장으로 발령받아 SK주식회사와 SK C&C 합병, 홍하이그룹과 세운 합작법인(JV) FSK L&S를 설립하는 등의 신사업 투자,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다. 이때도 박정호 당시 SK C&C 사장과 함께였다.
2016년 말에는 박 사장을 따라 다시 SK텔레콤으로 복귀해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았고 2018년엔 코퍼레이트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한다. 이때 ADT캡스(현 SK쉴더스),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인수 등의 딜을 진행했고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를 탄생시켰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통신업에 뛰어들었다. 이동통신(MNO) 사업 대표를 맡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끌었다. 그 결과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만명 달성, 8분기 만에 무선 매출 전년 동기 대비 반등과 같은 실적 성과도 이룰 수 있었다.
유 대표는 SK C&C를 제외하곤 SK텔레콤에 20년 이상 근무한 '텔레콤 맨'이다. SK텔레콤 내 MNO 등 통신 리더십과 신성장 사업 발굴을 주도한 경험을 인정받아 2021년 SK텔레콤 대표로 취임했다. SK텔레콤의 CFO 출신이 CEO로 올라선 것은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이후 유 대표가 첫 사례다.
◆"AI는 통신사에 무조건 기회, 직진할 것"
유 대표는 AI는 통신사에 '무조건'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유 대표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 골드러시에서 돈을 벌었던 회사는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았던 곳"이라며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AI 혁명으로 산업 전반에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플랫폼 사업자에 AI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는 위협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통신사엔 기회의 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직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취임 이후 SK스퀘어 인적분할 이후 실적 개선과 통신 시장 정체기에 대한 돌파구로 'AI'를 제시했다. 신설회사 SK스퀘어는 반도체와 ICT 투자전문회사로 탄생하며 SK하이닉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SK쉴더스 등을 산하에 편입했고 SK텔레콤은 주요 계열사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 상황이었다. 실제로 2021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5%나 빠졌다.
그가 선택한 신사업 모델은 AI였다. 고객·기술·서비스 중심의 AI와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비전이 유영상 표 AI 컴퍼니의 전신이다. 이듬해에는 방향성을 확고하게 다듬었다. 유무선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 5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업을 재정의했다.
올 하반기엔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면서 AI 컴퍼니 전환을 위한 주춧돌을 하나 더 올렸다. AI 피라미드란 자사의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AI 서비스로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전략이다. AI 피라미드 가장 하단에는 AI 인프라가 있고 그 위에 AI 전환, 맨 위에는 AI 서비스가 있다.
전략 발표 이후 SK텔레콤은 자사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에서 아이폰에서 통화녹음이 가능한 AI 전화, 외국어를 양방향으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통역콜 서비스를 연달아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시장 공세에 나섰다.
특히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은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짚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에이닷 서비스는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 출시 이후 아이폰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유지 중이며 월간 이용자 수(MAU)는 이달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해당 서비스는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열린만큼 가입자 이동에 대한 영향도 분명 관찰된다. 정체됐던 통신사간 가입자 유치 경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AI 성과와 실적 개선을 등에 업은 유 대표는 이달 초 SK그룹 정기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되며 내년에도 SK텔레콤을 이끌게 됐다. 에이닷으로 가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는 했지만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올해 SK텔레콤은 AI 신사업에 대한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연일 받았던 만큼 내년에는 에이닷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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