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너무 어렵게 출제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바라보는 교육 주체 간의 시선이 이채롭다. '킬러(문항) 없이 대량 학살' '킬러를 킬러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올해만큼 수능에 수식어가 붙는 해가 또 있었을까.
우선 수능 점수 발표 이후 부족한 시간도 쪼개 대학입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하는 수험생들이지만, 올해 수능 점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김범주 사회부 차장 |
'불을 넘어 용암'에 비유될 만큼 어렵게 출제된 수능 탓에 바뀐 입시지형이 표면적 이유지만,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 논란 이후 수능 출제 경향이 바뀌면서 확대된 불확실성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불과 몇 달 사이 수능의 줄기가 변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그동안 관례적으로 인정돼 온 '킬러문항'이 대통령 한마디에 공교육에서 허용돼서는 안 될 이단아 취급도 받았다.
킬러 없이 치러진 수능은 어땠나. 1명에 불과했던 만점자, 표준점수 최고점 등 다양한 지표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2019학년도의 수능과 비슷하지만, 정부만 킬러문항이 없었다며 자화자찬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시모집부터 정시모집까지 변수가 많아져 뒤숭숭한 분위기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이 대거 탈락한 정황, 전년도와 다르게 수시 이월 인원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 일찍 대입을 포기하고 재수 등 N수를 선택한 수험생 증가 등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올해 수능이 지원자 가운데 적격자를 가려내야 하는 시험제도의 성격을 반영한 시험일 수 있겠지만, 수험생 시각에서는 기만에 가까운 시험이었을 것이다. 킬러문항 배제와 같은 흐름을 바꾸는 결정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아닌 6월에 제시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입을 앞두고 교육당국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대입컨설팅 등 입시 전략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도 흥미롭다. 그동안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상담 등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규모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불수능 후폭풍을 수습하려는 복잡한 속내가 보인다.
사교육비 급증은 수순으로 읽힌다. 최근 통계청의 3/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의 학원교육 관련 지출'은 월 41만457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올해 1~2분기 학원교육 지출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킬러문항 배제를 통해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애초 계획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공교육을 통한 수능 준비도 어디로 향할지 불투명하다. 이번만큼은 그 원인 분석과 대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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