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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연예인 마약수사 한계…여론 질타 쏟아져

기사입력 : 2023년12월28일 15:46

최종수정 : 2023년12월28일 17:23

내사 전 언론 유출돼…'유명무실' 피의사실공표죄
"법안 강화하고 무죄추정원칙 엄격히 지켜져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기자 = "원래 수사 내용은 발설하면 안 되는 건데 너무 심하게 마녀사냥당한 것 같다. 연예인보다는 국회의원들이나 제대로 파악해서 알려주면 좋겠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 씨가 숨진 채 발견된 후,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한 언론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이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인 '피의사실공표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상주로 이름을 올렸다. 발인은 29일,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2023.12.27 photo@newspim.com

◆ '유명무실' 피의사실 공표죄…권력만 보호하는 법안?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찰이나 경찰 등이 직무를 수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경우 죄를 묻는 것이다.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당사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언론 브리핑을 축소·금지했던 근거가 피의사실 공표죄다.

다만 현재는 정치권에서 입맛에 맞게 이리저리 이용되고 있다. 불리할 때는 '피의사실 공표'라며 숨기기 급급하고, 상대 측을 저격할 때는 '국민의 알 권리'라며 내세우기 바쁜 것이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해당 법안은 유명무실한 상태가 됐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339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재판에 넘겨진 것은 한 건도 없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과 같은 '공인'으로 묶이는 연예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일명 마녀사냥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이들은 이미지가 생명인 직업이라 범죄 혐의만 씌더라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씨가 언론에 노출된 것은 입건 전 내사 단계에서였으며 이씨가 수사 과정에서 내내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음에도 불구, 이씨가 소환 조사를 받을 때마다 이씨와 실장 A씨의 통화 내용 등 사생활과 관련된 구체적 보도가 이어졌다.

법무법인 호암 신민영 변호사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공적 인물 이론'이라고 해서 광범위한 자유가 인정된다"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무혐의가 나올 수 있지만 보도 과정에서 사람이 너덜너덜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기본권 vs 기본권…"알권리 범위 어디까지인지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이씨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사실 공표죄' 등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보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하고 국민의 알권리와의 접점도 있는 만큼 피의사실공표죄를 현재보다 강화해 수사 단계에서의 정보 노출을 막고, 보도하더라도 '행위자'가 아닌 범죄의 명확한 사실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교수는 "피의자일 때는 피의사실이 외부에 공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피의사실 혐의들이 재판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공표되는 것 외에는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범죄 사실이 어떤 형태든지 알려진 상황에서 수사 과정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본다"라며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심리상태나 정신상태를 고려해서 수사 과정이 진행되어야 하고, 피해자 보호 매뉴얼처럼 피의자에게도 이를 고려한 수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언론 출판의 자유, 국민 알권리도 기본권이고 수사기관은 피의자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어 (충돌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며 "신상 공개를 중대범죄에 한해서 밝히는 것처럼 피의 사실 공표도 정치범에 한해서 적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주장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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