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영업자 마약류 매매·투약 장소 제공시 '영업정지·폐쇄' 행정처분
일선 업주들, "실효성 없어" 불만
관계 당국, "고의성 없으면 행정처분 안해… 개정안 적용 준비 중"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송현도 기자 = "오는 손님마다 소지품 검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16일 오전 서울 금천구에서 숙박시설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개정된 숙박업소 행정제재 개정안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객실에서 마약 하는 걸 미리 어떻게 알겠냐"며 "정책이 시행돼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숙박업 영업자가 마약류 매매·투약 등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 경우 영업정지 또는 폐쇄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관악구의 한 숙박업소 입구. 2024.01.16 doosong@newspim.com |
현행법상 제공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해당 영업소는 행정 제재처분을 받지 않은 채 운영되는 실정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행정처분과 처벌은 업주의 고의성이 입증됐을 때만 가능하다.
숙박업소 업주들은 '마약 투약 여부를 미리 알거나 막기 어렵다'며 행정 처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숙박업소 관리를 맡고 있는 김모(31) 씨는 "말이 안 된다. 누가 마약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냐"며 "작정하고 숨기고 들어오면 저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객실 안은 손님의 사생활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 경찰이 출동하고 나면 (업소 측에서도) 그때서야 안다"며 "일단 시행이 되면 따르겠지만 유명무실한 조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모(41) 씨 역시 "장기 숙박자나 해외 여행자 중 대마초 등을 들여와 피는 경우를 자주 접했지만 작정하고 숨기면 이를 막기 쉽지 않다"며 "마약 투약이 자주 이뤄지는 화장실 등 공간에 마약 금지라고 적어놓기도 하는 실정이지만 그 외에 점주가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제주도 서귀포시 한 게스트하우스 화장실에 적힌 금지사항. 숙박업소 내 마약 투약이 적발되자 운영자가 이를 게시했다 2024.01.16 dosong@newspim.com |
호텔 업체 측도 "객실 내 불미스런 행위 징후가 발견된다면 즉시 신고하는 등 단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생활이 보장되는 숙박업소 특성상 투숙객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고의가 입증 되지 않고 상습 제공이 아니라면 조사만 받고 처벌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업주가 사전에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혹시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 운영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반응이 올라왔다. 익명의 회원들은 "방안에 CC(폐쇄회로)TV 달게 생겼다", "사전에 마약 전과자들은 예약을 못 하게 해야 하나", "면책 받을 수 있는 기준이 꼭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적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측은 "형사처벌만 있고 영업에 대한 제재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니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처벌이나 행정처분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장소 제공과 관련된 내용을 통보하면 복지부에서 처분을 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행정처분) 수위는 차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한편, 식약처는 개정안에 발 맞춰 이를 적용할 계획을 짜는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한 관련 지침과 개별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도입 및 홍보할 계획"이라며 "마약 및 식품 관련해 관계 당국의 통보가 오면 적용 대상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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