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이 든 방러 동선 문서에
로켓연구소・군수시설 등 포착
탈북인사 "고의로 연출" 분석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로켓연구소와 군수공장 일정이 담긴 문건을 노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최선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난 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수행한 통역의 손에 참관 대상 우주로켓 연구소와 군수공장이 드러난다. [사진=클렘린궁] 2024.01.19 |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북러 친선협력과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 논의했는데, 크렘린 측은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포탄 등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방안과 대북 위성기술 제공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최선희가 푸틴을 면담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에는 수행한 통역이 들고 있는 문건 일부가 드러난다.
여기에는 '우주로케트연구소 <<쁘로그레스>>',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의 글씨가 식별되는데 이는 최선희 일행이 참관할 러시아 내 시설로 추정된다.
각각 우주로켓 관련 연구시설인 '프로그레스'와 러시아 남부 군수생산 시설인 '보로네슈' 공장이라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이 파악한 내용이다.
[서울=뉴스핌]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한 통역의 손에 들려 있는 문건. '우주로케트연구소 <<쁘로그레스>>',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의 글자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사진=크렒린궁] 2024.01.19 |
이를 두고 최선희 일행이 실수로 관련 문건을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양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노동당 선전선동부나 관련 기관의 검열을 거치는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모자이크 처리되는데 러시아 현지에서는 여과 없이 그대로 언론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관 출신 탈북인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외무성에서 철저히 훈련받은 통역요원이 카메라 셔터소리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문건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의 의도적으로 북러 간 우주・군사협력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장면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의 장면은 크렘린에 도착한 최선희가 푸틴을 기다리면서 통역과 귀엣말을 하는 과정으로, 전속 취재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 탈북인사는 "최선희는 이번 방러에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때 김정은 통역을 맡은 외무성 요원을 데려갔다"면서 "보안 유지가 생명인 '1호 통역'(김정은 전속)이 면담 문건을 버젓이 들고 서있다는 건 북한 체제의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