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장애로 이웃 둔기 살해 후 집에 불지른 혐의
심신미약·재범 위험성 인정…5년간 보호관찰 명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이웃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60대가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해 1월 8일 오후 8시30분경 서울 중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다른 방에 세들어 살던 동료 B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고 집주인 C씨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다음날 오후 11시경 자신이 거주하던 방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17년경부터 여동생 등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는 망상을 가져왔고 2022년 4월경부터는 B씨가 자신에게 독이 든 음식을 주거나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음식에 독을 탄다고 생각해 B씨에 대해 악감정을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A씨가 범행 당시 망상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향후 망상으로 인해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다만 A씨의 종합적인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에 해당하고 향후 정신과적인 치료를 통해 망상장애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와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