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생 물러나고 71년생 나란히 부상
아모레, 에스쁘아·헤라 성공 이끈 女임원 이사진 합류
LG생건, 그룹에서 재무통 수혈...수익성 개선에 초점
국내 화장품업계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습니다. 양 사는 올해 인적 쇄신부터 시장 다변화, 신기술 도입으로 실적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두 회사는 관연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재도약을 노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경영진에 젊은 피를 수혈하며 인적쇄신이 나선다. 두 회사 모두 60대인 1962년생 경영이 물러나고 50대 1971년생이 나란히 부상했다. 대신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담당을 사내이사진에 합류시키면서 브랜드 강화에 집중한 반면 LG생활건강은 재무 담당을 교체하며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기의 화장품 빅2] 글싣는 순서
1. 아모레·LG생건, 전열 정비...젊은 임원 전진배치
2. '포스트 차이나' 찾기…미국·일본서 성장 추세
3. AI 신기술 도입·판매채널 다변화로 승부
◆아모레, 사내이사 유일 여성·브랜드 담당 임원 합류
71년생 이지연 경영자, 에스쁘아·헤라 안착 기여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이사회에 1970년대생 젊은 여성 임원이 새로 합류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달 주주총회에서 이지연 경영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을 끝으로 물러난 이동순(1962년생) 대표이사 자리를 대신한다. 4명으로 구성된 사내이사진에서 유일한 여성이자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이다.
이에 따라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긴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서경배·김승환·이동순의 3인 각자 대표와 박종만 디지털전략유닛장으로 사내이사진을 꾸려왔다. 여기에 이동순 대표 사임으로 서경배·김승환 2인 각자 대표체제로 돌아가고 이지연 경영자가 합류한다.
1971년생인 이 경영자는 지난 1995년 향료 연구원으로 입사해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임원 최초로 계열사 대표에 임명된 인물이다.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나와 향료연구팀장을 거쳐 색조 전문 브랜드 에스쁘아의 기반을 닦아 지난 2014년 에스쁘아가 에띄드에서 분사할 때 임원으로 승진, 대표이사를 맡았다.
에스쁘아를 시장에 안착시킨 이 경영자는 2018년부터 헤라 브랜드 디비전장을 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헤라는 이 경영자가 맡은 후 구매층을 전 연령대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우 전지현에 이어 2020년부터 가수 블랙핑크 제니를 단독 모델로 내세우며 고급스러우면서도 '힙'한 브랜드 이미지를 주입했다는 평가다.
헤라는 중국 시장 침체로 신규 시장을 찾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일본에서 현지화 기준으로 약 30%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견고하게 성장한 가운데 헤라와 에스트라 등 신규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글로우 래스팅 파운데이션' 등 신제품 출시 및 글로벌 앰버서더 제니와 함께한 브랜드 캠페인 전개로 글로벌 MZ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경영자의 이번 사내이사진 합류는 아모레퍼시픽의 새 경영전략 중 하나인 '브랜드 가치 제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아모레는 각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분명하게 하는 브랜드 코어 강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 공감 콘텐츠 개발 및 엔진 상품 강화를 통해 더 높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생건, LG화학에서 재무통 영입
71년생 이명석 전무, 수익성 개선에 힘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LG생활건강도 1971년생 임원이 부상했다.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승진, LG화학에서 이동한 이명석 전무가 주인공. 이 전무는 1971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1996년부터 LG화학에서 근무했다. LG화학 경영기획팀과 미국 법인의 생산·연구법인을 거쳐 2019년 LG화학의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발탁되면서 재무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21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과 관련 지급 받기로 한 2조원 중 1조원을 영업이익으로 처리하며 LG화학이 당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는 앞서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둔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의 취임 후 사업 방향에 힘을 보태기 위한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사내이사진 변화도 예고돼 있다. 전임 CFO였던 김홍기 부사장(1962년생)의 퇴임으로 현재 사내이사 한 자리가 공석인 상황. LG생활건강은 이정애 대표와 CFO로 2인 사내이사진을 구성해 왔다. 현재 부사장 직급이 없는 상황으로 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가능성도 열려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직 주총 안건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으로 후임 사내이사 선임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