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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빈자리 교수·간호사가 메워…대형병원 일선 업무에 '진땀'

기사입력 : 2024년02월22일 14:32

최종수정 : 2024년02월22일 14:32

 '집단 사직' 전공의 업무 일선 의료진에게 분담…현장서 업무 차질 발생
사태 장기화 우려에 현 비상체제 유지에 대한 우려도 발생
주요 대학 전공의 74.4% 사직서 제출, 64.4% 근무지 이탈

[서울=뉴스핌] 송현도 신수용 방보경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대에 반발해 전국 대형병원에서 전공의 대규모 집단사직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의료 현장에선 남은 의료진이 비상 시스템을 가동해 전공의 공백을 간신히 메우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부족한 인력으로 수술 등 주요 업무에 차질을 빚으며 사태 장기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며 '수술·진료예약 무더기 취소' 등 환자 피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의료진들이 환자의 진료를 위해 병실로 이동 하고 있다. 2024.02.22 yym58@newspim.com

22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집단 전공의 사직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일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기존 전공의 주요 업무를 각 과의 교수급 의사들이 이어받고 주·야 현장 당직에도 교수를 투입했다. 심정지 상황 처치(CPR)와 같은 응급 상황팀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치프(고연차)급 레지던트가 돌아가며 당직 시스템을 구성하기도 했다.

또한 협력병원에 공문을 보내 긴급 중증환자를 제외한 환자 입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입원 환자를 줄였다.

다른 대학병원이나 응급의료기관에서도 이와 같이 비상체제를 돌입해 전공의 공백 사태에 대응하는 중이다. 이에 관해 일선 의료진은 비상체제로 가중된 업무에 난감함을 표시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에는 전공의들이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듣고 1차 진단을 내린 후, 이를 교수들이 보는 구조인데 현재는 일차적인 역할도 교수들이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업무에 가중돼) 업무량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며 "전공의가 나갔다고 해서 교수, 지도전문의 등 해야 할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문 활동과 대외 활동 그만 둘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선 의료진이 바뀐 비상체제에 적응하느라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 20대 간호사 송모 씨는 "전공의가 일선에서 할 업무를 교수들이 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교수들이 이어받다 보니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해 업무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야간 당직에 투입된 교수가 피로한 나머지 잠시 취침하는 사이 환자 상황 보고가 되지 않아 보고 체계가 일시 정지된 병동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30대 간호사 김모 씨는 "심전도 검사같이 인턴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오더 거르기'와 같은 처방 협업도 한 번에 몰아서 의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 번은 오더가 잘못 나가는 일도 생겼다. 바쁘다 보니까 현장에서 (실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 오후 송파구 경찰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21 leemario@newspim.com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인력난으로 수술 취소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여러 과의 협진이 필요한 간이식과 같은 고난도의 수술의 경우 사태 여파를 그대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가 짙어진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A교수는 "수술(surgery) 파트는 평소에도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수술방에 들어간다"면서 "위험 부담에 따라 수술 업무를 분담하는데 필수 과의 수술 파트가 인력이 없어 힘들고,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일을 정말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B교수는 "정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수술이 잦은 과는 타 과와 협진해야 해 문제가 많이 될 것"이라며 "교수들이 전공의 업무를 다 떠안으면서 수술 스트레스도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응급실의 경우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메꾸기 위해 외부 인력을 모집하는 병원도 생겼다. B대학교수는 "촉탁의(1년 단위로 병원과 계약해 환자를 진료하는 계약직 의사)와 'PA 간호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비상체제 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연이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응급 사항이 생겼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있다"며 "결국 처방과 조치는 의사가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 시스템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날인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275(74.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8024(64.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전했다. 지난 20일보다 459명이 늘어났으며 현장 이탈자는 211명으로 늘었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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