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북한의 '두 국가 선언'과 이해할 수 없는 정부 대응

기사입력 : 2024년02월29일 09:04

최종수정 : 2024년02월29일 09:04

한반도 분단사에 전환점 될 북한의 폭탄선언
'남북 2국가'가 체제 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
북한의 선언에 대처 입장 밝히지 않고 있는 정부
'기본합의서 고수' 천명해 영구분단 시도 막아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남과 북은 2개의 국가라고 선언한 것은 한반도 분단 80년 역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특등 사변'이다. 북한은 '통일' '민족' 등의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했을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빠른 속도로 지워나가고 있다. 이는 북한이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바꿨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할 수 밖에 없다.

1991년 9월 남과 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을때 국제적으로는 이미 2개의 국가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도 남과 북은 별개의 국가가 됐다는 인식을 거부했다. 같은 해 12월에 남북이 기본합의서를 통해 한반도 재통일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남과 북은 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를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했다. 또 상호 체제 인정, 상호 불가침, 남북한 교류 및 협력 확대 등에 합의했다. 유엔 동시가입으로 국제적으로는 각각 주권을 인정받는 별개의 국가가 됐지만 남북 상호 간에는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합의다. 이는 남북 관계에 제3국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자주적으로 통일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흡수통일이든 적화통일이든 남과 북이 모두 한반도 통일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합의이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관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공식적, 법적 문서를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 것은 '북한의 수세적 전환'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간 격차가 너무 커져 남한에 흡수되는 통일로 갈 위험이 있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차라리 2국가 체제로 가는 것이 체제 유지와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남북 기본합의서를 폐기하고 다른 나라가 되겠다는 것을 대한민국이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우리도 다른 나라로 살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는 순간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 해지고 분단을 영구히 받아들인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선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2국가 선언에 대해 정부는 곧바로 대응 원칙을 내놨어야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즉각 천명하지 않았다. 북한의 선언이 나온지 보름이 넘은 뒤인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선언에 대한 평가이지 정부의 대응 원칙을 담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통일부, 외교부에 각각 북한의 2국가 선언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를 문의했다. 대통령실은 답을 주지 않았고 통일부와 외교부는 대통령 발언과 같은 시기인 지난달 16일과 15일에 내놓은 공식 입장이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입장은 "북한의 소위 '2국가론' 주장은 한민족으로서 함께 해 온 장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같은 민족을 핵으로 위협하는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라는 대통령 발언의 되풀이였다. 또 "북한의 도발시 압도적인 역량으로 응징할 것"이라는 비본질적 경고가 붙어 있다. 외교부 공식 입장도 비슷했다. 외교부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선전 선동을 계속하고 있음을 규탄"하고 "어떠한 도발에도 국민과 단합하여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조치가 반민족적이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또 규탄받아 마땅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을 비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선언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 두었어야 했다.

비록 시기를 놓치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은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기본합의서의 원칙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또 북한의 2국가 선언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세계 각국에 대한민국의 기본 입장을 신속히 전달하고 강조하는데 전념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남과 북이 각각 미·일, 중·러와 밀착하며 진영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국제적 인식이 조성될 위험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향후 한반도를 통일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또 탈북민 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한국이 관여하기 어려워진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려운 실책이다. 

과거 독일 분단 막바지 시기에 동독도 서독에 2국가 체제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서독은 끝까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독일' 원칙을 고수했다. 만약 서독이 동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때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남북 기본합의서 정신'과 '헌법적 가치에 의한 통일'을 언급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이며 역부종심이다. 더욱 공식적이고 권위있는 형식의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 한반도 분단을 영구히 고착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2국가 선언에 침묵하지 말고 국제적, 국내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를 바란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이재명은 누구?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흙수저'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64년 12월 22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고,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변호사로서 산업재해 피해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송을 맡았다.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과 지역사회 부정부패 고발 등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치의 필요성을 느껴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무상교복, 청년배당, 시립의료원 설립 등 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배당'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선출돼 2021년 10월 25일까지 재임하며, 경기도 전역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중 추진한 복지·개혁 정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77.8%의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2021년 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됐으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0.73%p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21대 대선 경선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신드롬을 형성하며 지지를 모았다. 그는 정치 경력 전반에서 가족과 관련된 논란으로 주목받았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도박 및 성적 게시글 논란,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 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그의 체포동의안이 2023년 9월 21일 가결됐고, 위증교사, 대장동, 백현동 개발 등과 관련한 사법적 절차가 이어졌다.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나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고, 일부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민생, 복지, 공정, 민주주의 등 위기 극복을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을 통해 민생경제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아울러 경제 불평등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균형 발전 등 정책 과제를 강조하며 취임 초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5.06.02 mironj19@newspim.com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경력과 맞닿아 있는 경제적 약자 정책을 통해 복지와 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실용, 미래비전을 강조하며 청년층의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정책 추진은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 경력 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가족과의 갈등, 어린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 간 갈등과 빈곤을 극복하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계기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개인사와 정치 경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준비할 전망이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 이행에 따른 정책 결정과 추진, 재정 부담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은 앞으로도 정치적 논쟁의 한 축으로 계속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이 대통령 출신과 정치 경력, 복지·개혁 중심의 정책 기조는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취임 초기 공약 이행과 동시에 정치적 신뢰와 국민통합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2:34
사진
이재명 49.42 김문수 41.15 이준석 8.34%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종 승리를 확정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오전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총 1728만7513표(득표율 49.42%)를 얻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39만5639표(41.15%)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약 220만 표로 벌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91만7523표(8.34%)를 득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34만4150표(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3만5791표(0.10%)를 각각 얻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재명 후보는 호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광주(84.77%), 전남(85.87%), 전북(82.65%)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수도권에서도 우위를 보였는데, 서울에서는 47.13%, 인천에서는 51.67%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52.20%의 득표율로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굳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구(67.62%), 경북(66.87%), 경남(51.99%) 등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며 지지 기반을 결집했다. 부산에서도 51.39%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0.14%)를 앞섰으나,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준석 후보는 세종(9.89%), 제주(8.83%), 대전(9.76%) 등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과 진보정치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1% 미만의 득표율에 그쳤고, 무소속 송진호 후보도 상징적 득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2%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수는 4439만1871명이며, 투표자 수는 3523만6497명, 유효투표수는 3498만616표, 무효표는 25만5881표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중으로 최종 당선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5:2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