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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중대재해법…대규모 건설업 사망사고 되레 늘었다

기사입력 : 2024년03월07일 12:00

최종수정 : 2024년03월07일 12:00

고용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황 발표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사고 239건…3.9% 증가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위험 외주화 심각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지난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50인 이상 대형 건설업 사망 건수는 되레 증가했다.

시행 2년 차를 맞는 '중대재해처벌법' 효과가 미미하는 지적이다. 

◆ 1년 새 산재 사망자 46명 줄었지만…대형 건설업 사고↑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는 584건, 사망자 수는 59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중대재해 사망사고 건수는 4.4%(27건), 사고사망자 수는 7.1%(46명)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가 처음으로 500명대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 위축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효과, 산재예방 예산 지속 확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정부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반적인 사고사망자·사망건수는 줄었지만, 지난해 기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던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건수는 오히려 9건 증가(230건→239건)했다(그래프 참고).

이에 대해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국장)은 "50인 이상 같은 경우는 사고사망자가 12명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건수가 오히려 9건 증가했다"면서 "이는 작년에 사망사고건 수가 많음에도 대형 사고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50인(억) 이상 건설업 사고사망자와 사망건수가 크게 늘면서 중대재해법 시행 효과가 무색해졌다. 지난해 50인(억) 이상 사고사망자와 사고건수는 각각 6.1%(7명), 14.4%(15건) 증가했다.

최 국장은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전반적으로 착공 동수나 건축 면적이 감소하긴 했지만, 50억 이상의 경우 건설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졌다"면서 "특히 50억 이상 건설업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이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국장은 "중대재해법 평가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과 많은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공통적인 말씀을 하신다"면서 "내년도, 내후년도 추가적인 추세를 토대로 시간을 두고 판단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형 건설사 안전 불감증 여전…위험의 외주화도 심각

건설업 사고가 줄지 않는 것은 여전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법적 대응하면 그만이라는 안일함도 한몫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공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기 압박도 심하다"면서 "각종 예방을 통해 사망사고를 줄여나갈 수는 있겠지만, 근로자 개개인을 모두 컨트롤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 공사 현장에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과 소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별도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때문에 대형 건설사의 경우 사고에 대비해 법률팀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사고 발생시 홍보라인과 법률팀이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말까지 중대재해 발생으로 기소된 31건 중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1건뿐이다. DL이앤씨,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건설사 중 처벌 사례는 전무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열린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지원 총력대응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2.19 mironj19@newspim.com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자기규율 예방체계 강화다. 고용부는 건설 현장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위험성 평가 안착 등에 역량을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장점검의 날에 건설업종을 집중 점검하거나, 불씨 점검 등을 강화해 건설 현장의 재해 예방에 힘쓸 계획이다.   

최 국장은 "올해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2년 차인데, 위험성 평가 안착이라든지 안전문화 의식 제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산업안전 예산이 올해 1000억원 정도 늘었고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 지원을 통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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