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체제서 수익성 올리며 가입자 경쟁 여부 미지수
"이통사들, 수익 올리는 시스템 학습...회귀 의문" 지적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이동통신사 간 번호이동 시 지원금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이통사의 고객 유치전이 다시 펼쳐질지 주목된다. 이통사들은 몸을 사리면서도 지원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번호이동 시 지원금을 더 지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주말을 맞아 시민들이 지난 1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AI폰 '갤럭시S24' 시리즈 사전 예약과 체험을 해보고 있다. 2024.01.20 leemario@newspim.com |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는 국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시행령 개정안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그동안 이통사 내에서 단말기만 교체하던 기기변경과 이통사를 바꿔 가입하는 번호이동의 지원금은 달라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단통법 폐지 추진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미 이통 3사가 단통법 체제 하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학습했고 5세대(5G) 통신 가입자수 증가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5G 가입자수 둔화에 인공지능(AI), 기업 간 거래(B2B) 영역 확대 등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 3사는 단통법 폐지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이통 3사 중 단통법 폐지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입장을 밝힌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는 최근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과 관련해 본질적인 문제는 가입자에 돈을 써가면서 하는 경쟁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라며 "단말기 가격이 250만원을 넘어서는데 돈을 쓴다고 해서 시장에서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다. 단통법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금) 경쟁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서비스 경쟁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과열된 마케팅 비용이 정리된 면이 있다"며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이통사들에게 타격이 되기 보다는 알뜰폰 등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통법 체제에서 수익을 올려온 이통사들이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서 과거처럼 보조금 경쟁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단통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법 자체가 폐지된다고 해서 이통사들이 과거로 회귀해 가입자 뺏어오기 경쟁을 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미 단통법 체제에서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학습했기 때문에 지원금 상향 등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단통법 폐지로 지원금을 높여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더라도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용자들이 다른 데서 메워야하는 부담"며 "정부가 제도를 통해 경쟁과 혁신의 압력을 주는 것은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장에서 판매하는 판매점에서는 경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단통법 시행령 개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단통법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논평을 통해 "단통법과 시행령, 고시 등의 법률적 충돌 문제가 크다. 이번 고시는 가입유형별 차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단통법을 정면 위반했다"며 "아직 폐지되지 않은 단통법에는 가입유형별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당한 차별 여부의 기준만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상한액을 50만원으로 설정한 것에 근거가 없고 향후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환지원금 대상에 대한 기준이 없어 무차별적 지급에 따른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며 "방통위는 고시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와 지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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