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상품 수·순자산액 모두 '급증'
"고수익 상품에 접근하려는 투자자 유입"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자산운용사에 펀드 등 운용 수수료 지급을 기피하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높은 수익에는 비례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 매니저이 전문성을 고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체 ETF 시장 순자산액 중 액티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31.9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의 4.15% 대비 무려 27.75%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3.11 stpoemseok@newspim.com |
상품 수도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액티브 ETF 상품 수는 14개에서 176개로 10배 이상 늘었다. 전체 시장 내 비중도 3.26%에서 21.67%로 6.6배 올랐다.
액티브 ETF란 액티브펀드와 ETF의 속성을 모두 갖춘 상품을 의미한다. 기초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중을 조정한다. 보통 기초지수를 70%가량 추종하면서 기타 30% 범위에서 펀드 매니저가 자율적으로 추가 수익을 올리도록 설정돼 있다.
그간 펀드 매니저의 운용 비용 등으로 운용 보수율이 높다는 점,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 선호 현상 탓에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의 투자 수요가 다각화하기 시작하면서 액티브·패시브 ETF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장은 "액티브 ETF는 기존 패시브 ETF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직접 투자 현상이 여전하다고 하지만, 해외·커버드콜 상품 등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기에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투자하기에 까다로운 상품들에도 투자 수요가 늘다 보니, 액티브 ETF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니 액티브 ETF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관심도 많아져서 상품 수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액티브 ETF의 '고질병'으로 지목받던 운용 보수율도 낮아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패시브와 액티브 ETF의 전체 평균 운용 보수율은 각각 0.31%와 0.30%였다. 패시브와 액비트 ETF의 운용 보수율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황 부장은 "이론적으로 보면 액티브 ETF가 패시브 ETF보다 비용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최근 들어 액티브 ETF에 대한 비용 경쟁도 강해지면서 운용 보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 "액티브 ETF 성장 위해 상관계수 규제 완화해야"
업계에서는 이러한 액티브 ETF 시장의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상관 계수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116조 제1항 제1호는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상장 폐지하도록 규정해 놨다. 이러한 탓에 '자율적 운용'이라는 액티브 ETF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홍콩이나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의 사례를 보면 액티브 ETF 운용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상관계수 제한 탓에 액티브 ETF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황 부장도 "액티브 ETF인데도 불구하고 비교 지수 상관계수를 따라야 해 실제 운용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ETF 형태로 상장된 공모펀드에만 한해 상관계수 운용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