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지난 지금까지도 어려운 경기
고령화된 신림 상권, 살아나기 어려워
관악구서 사업 하지만 체감 못해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매출이) 작살났어. 죽으려고 나오겠어?"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일하는 A씨는 신림역 흉기난동 때를 회고하며 고개를 홰홰 저었다. 사건 직후 상인들은 순대타운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에도 2~3개월 간은 거리에 경찰 기동대가 깔렸다. 골목 안까지 순찰을 도는 흉흉한 분위기 속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지난 13일 점심시간 방문한 순대타운은 여전히 한산했다. 텅 빈 홀에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사장님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후 약 9개월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지금은 (사건이) 조금씩 잊혀지고 있긴 하다"면서도 "하루에 홀에서 4팀, 5팀 정도만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13일 방문한 신림동 순대타운 내부가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 2024.03.14 hello@newspim.com |
점차 고령화되는 순대타운은 강력범죄로 다시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순대타운에는 오랫동안 업을 이어온 사장님이 많아 60~70대가 대부분이다. 접근성이 낮은 위층을 중심으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생기다가 최근 폐업이 가속화되면서 순대타운 건물이 전체적으로 썰렁해졌다.
순대타운에서 일하는 B씨는 "우리 층에서는 8집이 같이 했는데 7집이 그만두고 나갔다"며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 층을 우리 가족이 전부 쓰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상인들은 이태원과 달리 고령화된 신림 상권은 살아나기 어려울 거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태원 역시 2022년 10월 압사 사고가 일어난 이후 주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타격이 컸다. 하지만 다음해부터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2023년 4분기 기준으로는 6대 상권 중 명동과 한남 다음으로 공실률이 낮은 상권으로 꼽힌다.
반면 신림 순대타운에는 최근 젊은층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사실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B씨는 "이태원은 젊은이들이 가니까 상관없는데 여긴 아니"라며 "텔레비전 먹는 코너에나 순대가 나와야 사람들이 그걸 보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는 신림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상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림역 상권회복 상품권'이다. 관악구는 올해 1월부터 신림동, 서원동, 신원동 내 가맹점 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10%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1800여곳으로 업체 수가 정해져 있어 신림 순대타운 상인 중에도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가 발견됐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빌딩 한곳에서 다같이 순대를 파는 타운 특성상 다양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순대타운에서 일하는 C씨는 "여기는 한곳만 잘해봤자 크게 소용이 없다"며 "손님이 북적거리면 사람들도 더 많이 오고 싶을 테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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