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말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17일(현지시각)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CIOM)은 개표가 24.4% 진행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87.97%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기관(FOM)이 공개한 득표율은 87.8%였다.
보나마나 푸틴이 당선될 게 뻔했던 이번 선거에서 주요 관심사는 종전 최고 득표율(76.7%)을 넘어서는지 여부였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나 최종 개표 결과에서도 80%대의 득표율이 나온다면 러시아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게 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푸틴 외 다른 후보 3명의 득표율은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4.6%,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4.2%,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 3%로 나타났다. 무효표 비율은 1.2%였다.
러시아가 '새 영토'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는 개표가 완료됐으며, 선관위는 도네츠크(95.23%), 루한스크(94.12%), 자포리자(92.83%), 헤르손(88.12%) 등에서 푸틴 대통령이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로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이는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의 30년 통치에 버금가는 기록이자 개헌을 통해 6선도 가능해 오는 2030년 선거에서도 승리하면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하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구 트위터)에서 러시아 선거 정당성을 비판하면서 푸틴을 "권력에 병들고 영원한 통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표현하며 그가 권력 장기화를 위해 어떠한 악행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은 이번 대선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투옥하고 다른 사람들의 출마를 막는 방식을 고려할 때 명백하게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선거를 실시해 평화의 길을 찾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고, 독일 외무부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가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및 억압,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무효이며 또 다른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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