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수 목소리를 AI로 커버한 노래 영상이 SNS와 동영상플랫폼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 비비의 '밤양갱', AI 커버 확산
지난 2월 발매된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장기하가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아이유, 태연과 같은 음원 강자를 제치고 이뤄낸 성과인 만큼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밤양갱'은 발매된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멜론 차트 2위(21일 오후 3시 기준), 지니 차트 3위에 안착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밤양갱 AI 커버' 영상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2024.03.21 alice09@newspim.com |
'밤양갱'은 그동안 섹시한 매력을 선보였던 비비의 주 특징과 달리 독백 형식의 곡이 인기를 끌었고, 비비의 라이브 영상 또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에 이효리의 커버 영상을 시작으로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이 프랑스어로 번역해 부른 영상도 함께 급부상했다.
최근 숏폼 등 동영상 플랫폼 활용이 커지면서 짧은 분량으로 대중의 공감과 시선을 끄는 곡이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밤양갱'의 후렴구가 이에 부합하면서 '밤양갱 챌린지'가 숏폼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아이유부터 악뮤 수현, 김광석, 박효신, 오혁 등 유명 가수의 목소리로 생성한 'AI 커버' 음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유튜브에 '밤양갱 커버', '밤양갱 AI'를 검색하면 수많은 가수들의 목소리를 이용한 AI 영상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한 채널 운영자의 '원곡 뛰어넘었다는 밤양갱 커버 TOP6'라는 제목으로 박명수, 양희은, 이수현(악뮤), 오혁, 성시경, 김광석의 커버 숏폼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172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또 AI커버 영상만을 올리는 채널에는 태연, 볼빨간사춘기, 윤하의 '밤양갱' AI 커버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태연의 AI 커버 영상은 1200만뷰, 윤하의 커버는 2400만뷰, 볼빨간사춘기의 경우 570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는 유행하는 노래가 생기면 안무 챌린지의 안무 커버 영상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AI 음원 커버가 필수로 꼽히고 있다.
◆ AI 커버에 대한 '저작권' 문제…"인격권 침해 소지 있어"
AI 커버곡의 경우 생성 사이트에 들어가 원곡과 믹스할 목소리만 넣으면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노래를 만들 수있다. 이전에 커버 음원의 경우 유행하는 노래를 가수들이 직접 불러 직접 공개하지 않는 이상 듣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AI 활용이 높아지면서 가수들이 직접 부른 영상보다 AI 영상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또 실제로 자신이 연습해 커버 영상을 올리는 가수들의 영상을 본 대중들은 AI 커버와 헷갈리며 'AI 아닌 것 맞느냐'라는 확인까지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10CM가 직접 올린 '밤양갱' 커버 영상 [사진=10CM 공식 유튜브 채널] 2024.03.21 alice09@newspim.com |
리스너들 입장에서는 듣고 싶었던 가수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커버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두되는 것이 '저작권' 부분이다. AI커버 음원은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목소리의 주인에게는 단 1원도 돌아가지 않는다. 음성 같은 경우 목소리에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떄문에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 저작권법상 저작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는 크게 '저작 재산권', '저작인접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뉘는데 AI 커버의 경우 원곡을 원작자 허락 없이 음성을 무단 변형하다 보니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된다.
AI 커버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 단계에서 저작인접권 침해 우려가 있지만 AI커버의 경우 원곡 가수 목소리로 인정되지 않아 저작인접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조회수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만큼 가수들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이용, 변환해 AI 커버 영상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AI 커버 영상으로 제작자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영상을 주로 올리는 채널 운영자는 '본 채널은 수익창출을 진행하지 않는다'라고까지 고지하고 있다.
수익은 창출지 않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된 가수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윤정은 유튜브 채널 '도장TV'에서 AI커버곡을 들은 후 "노래까지는 AI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거면 가수가 레코딩을 왜 하겠느냐. 기술 사용에만 돈을 주고 음원을 내면 되지 않겠느냐"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재권 대중문화평론가는 "AI를 통해 시도하는 것이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저작권쪽에서 본다면 본인에게 동의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로 이야기가 나뉘고 있다. 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노출이 됐을 경우 본인뿐 아니라 팬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라며 "AI커버가 더욱 활성화 될 수록 이런 부분들이 논쟁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현재 목소리인 음성의 경우 목소리 자체에 저작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에 해당하진 않지만, 동의 없이 활용될 경우 사안에 따라 퍼플리시티권 및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 AI로 음성을 만들 때도 원곡 음원이 학습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저희 이용·허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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