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국민 담화서 기존 입장 강조
의대 증원 규모 재검토 '물거품'
의대 교수 강경 행동 더 세질 듯
방재승 교수 "증원 규모 풀어야 대화 가능"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으면서 의대 교수들의 강경 대응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일각에선 일시에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게 과도하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라며 "2000명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줄곧 의대 증원 규모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 집단사직이 일주일에 접어든 지난달 27일에도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정부의 입장이 전공의 집단행동 초기와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과 각 의대 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전날 총회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3.30 yooksa@newspim.com |
의대 교수들은 줄곧 정부에 2000명 증원 재논의를 요구해왔다. 정부가 증원 규모를 조정수 있다는 '시그널'을 먼저 줘야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대 교수들이 요구해 온 대화 전제조건인 '증원 규모 재검토'가 이번 담화문 내용으로 사실상 물거품이 되면서 강경 대응의 수위는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0개 의대교수가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강경 대응안을 내놨다. 앞선 총회에서 집단 사직을 의결한데 이어 한 발 더 나아간 대응이다.
강경 대응의 내용은 ▲24시간 연속근무 이후 다음날 휴무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를 제외한 외래 진료·수술 조정 등이다. 1일부터 각 대학과 진료과별로 행동에 들어갔다.
의대 교수들은 이러한 행동을 의결한 이유로 "각 수련병원 교수들의 번아웃(탈진)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의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한 대학 중에선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도 포함됐다.
여기에 해당하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은 당장 진료나 외래진료 축소가 일어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3곳 모두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유지하고 있는 50% 수술 축소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담화문 내용으로 인해 진료 축소에 본격적으로 나설 교수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대응할 수 있는 의대 교수들의 행동이 진료나 수술 축소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재승 전의비 비상대책위원장은 담화문 발표 직전 "교수들은 정부와 각을 세워 대립하려는 게 아니다"며 "어떻게든 의료 사태를 빨리 끝내려고 중재하려고 하는 것인데 정부가 2000명 증원을 풀어주지 않으면 중재의 첫 시발점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오늘 대통령 담화문에서도 2000명 (증원 규모 조정)을 풀지 못하겠다고 하면 사실상 의료파국을 막을 힘은 이제 없어지는 것"이라며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