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분석·현장조사·비파괴 분석기술 동원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고문헌과 현장조사, 비파괴 분석 기술 등을 통해 조선시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 등에 사용된 석재 산지와 암석 종류를 조사한 결과 담홍색화강암이 95% 이상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에 사용된 석재 총 9961점에 대해 비파괴 암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홍색화강암이 95% 이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진홍색화강암과 흑운모화강암 등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조선시대 궁궐 석재 조사 자료 사진. 2024.04.15 [사진=문화재청] |
조선의 궁궐은 태조 4년(1395년) 경복궁과 종묘가 창건된 후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 경덕궁(경희궁)이 건립됐다. 이후 이들 궁궐들은 임진왜란과 화재 등으로 수차례 소실과 중건을 반복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궁궐 대부분이 훼손되고 변형되는 수모를 겪었다. 문화재청은 1980년대부터 궁궐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복원을 시작했는데,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때 사용할 대체 석재를 선정하기 위해 석재 산지 조사와 연구를 수행해왔다.
궁궐 조성 시 사용된 석재 산지 관련 고문헌 기록을 조사한 결과로는 한양도성 내, 서교(西郊), 동교(東郊)까지 크게 세 지역으로 석재산지를 특정할 수 있었다.
한양도성 내에서는 부석(浮石)이 금지됐으나, 1865년 경복궁 중건 때 삼청동에서 부석한 사례가 기록돼 있었으며, 창의문 밖의 사동, 녹번, 옥천암, 응암동, 사암동 등의 일대에 해당되는 서교는 17~18세기에, 노원, 불암, 우이, 조계 등의 동교는 18세기 후반부터 각각 빈번한 부석처로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석'은 돌산이나 바위에서 석재로 쓸 돌을 캐거나 떠내는 것을 말한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다음 단계로 고문헌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삼청동, 서교, 동교의 석재 산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삼청동의 북악산과 노원의 불암산, 북한산의 우이동, 영풍정(현 창신동), 홍제원, 옥천암, 녹번 등에서 궁궐에 사용된 석재와 동일한 암석을 확인했으며, 이 지역 일대의 암반에서 실제 채석 흔적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고문헌과 현장조사 결과를 종합해 지난해 말 '국역 조선시대 궁·능(宮·陵)에 사용된 석재산지'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수집한 조사 결과와 실제 궁궐 현장의 석재들을 비교하는 추가 검증 작업까지 거쳐 각 특성이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복원해 공개한 광화문 월대에도 이 같은 석조문화유산의 비파괴 조사와 분석기술을 적용해 광화문 월대 난간석주(구부재)와 구리 동구릉에 보관 중인 난간부재가 암석학적으로 동일한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과 이들의 석재 산지가 서울 노원구의 수락산과 불암산 일대인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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