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습을 한지 엿새 만에 이스라엘이 미사일 등으로 보복을 강행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이란도 피해는 없다며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이 전면전과 중동 확전을 피하려 '로우키'로 대응하고 있단 진단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아보시 미한도우스트 이란 육군 고위 사령관은 이날 현지 국영 방송에 "간밤 공격에 따른 피해는 없다"며 이스파한 공항 일대의 폭발음은 이란 방공 시스템이 "의심스러운 물체"를 겨냥하면서 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후세인 달리리안 이란 우주국 대변인도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며 "방공군이 여러 대의 드론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렸다.
이란의 군사훈련.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미국 ABC방송이 처음 보도한 내용과 사뭇 다르다. 방송은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시점은 이란 현지시간으로 19일 새벽 5시께다. 이어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스파한 국제공항 중심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파한주(州)에는 이란 핵시설이 위치한 곳이어서 더욱 긴장을 고조시켰는데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 핵시설에 피해는 없다고 알렸다.
한편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이스라엘군이 공지했다가 얼마 안 지나 "오보였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공격 배후를 자처하지 않고 있다. CNN이 이란 내 폭발음관 관련해 묻자 "논평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란도 피격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란 방공 체계가 드론 3기를 성공적으로 격추했단 국영 매체 보도만 있을 뿐 피격된 목표물 등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다.
심지어 이란 국영 프레스TV, 타스님 통신은 자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도시들에 외세의 공격 자체가 없었다며 다만 "의심스러운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파한 방공 체계가 활성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일을 향해 드론 및 미사일을 발사한 후 요르단 암만 상공에 드론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은 아직 침묵하고 있지만 19일 새벽에 이란을 친 것은 사실로 여겨진다. CNN, 로이터통신 등 복수의 외신이 미국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의 재보복 감행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배후를 자처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도 피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을까. 닉 로버슨 CNN 국제외교 담당 에디터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이 맞지만 이란은 의도적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 정부와 언론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든 일단 이스파한 근처의 중요 시설에 큰 피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피하고 나아가 중동 확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된 자세란 설명이다.
실제로 전날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핵 안보 담당 아마드 하그탈랍 사령관은 이스라엘이 위협시 평화적 핵 원칙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이란은 더 큰 보복으로 응징하겠다고 연일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이란이 피격 상황을 고스란히 발표한다면 재보복에 보복이란 공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천명한 이스라엘도 이란과 전면전이나 중동 확전을 피하기 위해 이란 핵시설 등 주요 인프라 대신 공항을 타격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에 향후 24~48시간 안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사전 통보했는데 미국 관리는 CNN 등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진 않을 것이며 공격 규모도 한정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재보복은 이렇게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민간항공기구(CAO)는 이날 이스파한, 수도 테헤란, 시라즈 등 주요 도시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가 해제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