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이파전으로 치열했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경쟁이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제네릭(복제약) 개발 또한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HK이노엔의 케이캡(왼쪽)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2024.04.25 sykim@newspim.com |
◆ HK이노엔vs대웅제약vs제일약품 '삼파전'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최종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자큐보정은 차세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치료제로 국산 37호 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연내 자큐보정이 출시하면 P-CAB 치료제 경쟁은 선두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종근당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에 이어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케이캡은 HK이노엔이 2019년 국내 최초로 내놓은 P-CAB 치료제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원외처방실적 1582억원을 달성했다. 올 1분기 원외처방실적은 45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쫓고 있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발매된 펙수클루는 발매 2년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대웅제약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최근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판매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HK이노엔과 케이캡을 판매하던 종근당이 계약 종료 이후 새 파트너로 대웅제약을 선택하자, 업계는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HK이노엔은 보령과 손을 잡고 케이캡과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예정이다.
양사가 P-CAB 치료제를 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가운데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관계사인 제일약품 주도로 국내 영업과 판매 유통에 나설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PPI 영업을 통해 입지를 쌓았다. 향후 대형 제약사와 공동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아직 약가 협상 단계가 남아 있어 판매 전략을 언급하기 이르다"면서도 "공동판매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P-CAB 시장 함께 키워야"…제네릭은 회의적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치료제 시장도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자는 2018년 약 445만명에서 2022년 약 488만명으로 10%가량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약 5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P-CAB의 등장으로 30년간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던 PPI(프로톤펌프저해제)의 입지가 줄어들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PPI는 야간 시간대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떨어지고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P-CAB은 약효 지속 시간이 길고 식사 여부와 관계 없이 복용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 전망 또한 밝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16조원에서 2022년 21조원으로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2023년은 약 30조원으로 예상됐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해외 총 45개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필리핀, 멕시코, 인도네시아, 페루 등 7개국에서 현지 출시를 완료했다. 현재 콜롬비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국내외로 커지고 있는 시장 트렌드를 고려해 P-CAB 개발에 뛰어 드는 제약사들이 잇따르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또한 최근 식약처로부터 P-CAB 기전의 위식도 역류 질환 신약 후보 물질 'ID120040002'의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국내 P-CAB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패러다임이 2세대 치료제 PPI에서 P-CAB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인 만큼 후발주자 제약사들을 경쟁자로 보기 보다는 함께 P-CAB 시장을 키우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오는 2031년과 2036년 케이캡의 물질 특허와 결정형 특허가 잇따라 만료됨에 따라 제네릭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삼천당제약 등 국내 제약사 59곳은 조기에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 HK이노엔을 상대로 케이캡 결정형 특허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으며, HK이노엔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될 수밖에 없다"며 "HK이노엔 입장에서는 제네릭 출시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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