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오일메이저랑 국내 정유사 수익 구조 달라
국회 입법조사처도 "명확한 과세 근거 확보해야" 제동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내 정유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내놓고도 울상이다.
정유사들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조 단위 연간 영업이익을 냈다가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고 정유사들이 1분기 수 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다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정유사들이 특별한 노력없이 '횡재'를 봤으니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정유사들은 그러나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고, 법률적으로도 무리한 처사라며 항변하고 있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석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59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1% 상승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45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했으나, 지난해 4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3052억원으로 17.8% 늘었고, 아직 실적 발표전인 GS칼텍스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 해외 오일메이저랑 국내 정유사 수익 구조 달라
정유업계에선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횡재세 법안 발의를 준비중인 의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횡재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스핌 DB] |
정유사들은 그러나 정치권의 이같은 횡재세 도입 추진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원유를 직접 채굴하는 쉐브론이나 엑슨모빌 같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와 달리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사업구조로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 정유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로, 제조업 평균(6.5%)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추가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장부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이익이 날때 마다 횡재세 얘기나 나오니 영업을 적당히 하고 이익도 적당히 내야 할 판"이라며 "그렇다고 적자가 났을때는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 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 정유사들은 법인세 납부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미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회 입법조사처 "명확한 과세 근거 확보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조차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논의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보고서는 "현행 우리나라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여기에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세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수한 상황에서 통상 영업이익의 2~3배 이상이 발생한다면 이를 '초과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영업이익이 예년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을 가리켜 횡재세 부과대상이 되는 영업이익이라고 보아 일종의 초과이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실효성 측면에서 보자면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기 보다는 해당 업종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나 기업 경쟁구조 확립,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