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기관, 수출 증가율 1·2위 업종 기업 나란히 순매수
서상영 미래에셋 연구원 "실적 증가가 진정한 밸류업"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최근 외인·기관 투자자가 수출 증대 품목인 전기·전자제품, 선박 관련 기업에 투자를 늘린 반면, 밸류업 대표 수혜주인 금융주와 자동차주에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수출 증가에 전문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외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총 4개가 전기·전자 제품, 선박 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중공업·LG전자)였다. 외인은 해당 기간 ▲삼성전자(6528억원) ▲SK하이닉스(1169억원) ▲삼성중공업(667억원) ▲LG전자(579억원)를 순매수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5.13 stpoemseok@newspim.com |
기관 투자자 순매수 순위에서도 수출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의 비중이 총 6개(HD현대마린솔루션·SK하이닉스·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LG전자·LG이노텍)였다. 이 기간 기관은 ▲HD현대마린솔루션(1607억원) ▲SK하이닉스(1465억원) ▲삼성전자(554억원) ▲LG에너지솔루션(500억원) ▲LG전자(493억원) ▲LG이노텍(413억원)을 순매수했다.
외인·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 중 해당 산업의 비중은 급증하는 추세다. 연초(1월 5일~12일)에는 외인·기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전기·전자, 선박 관련 상장사는 3개에 불과했다. 지난 넉달 간 해당 산업 상장사의 비중이 무려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은 수출 실적이 양호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배포한 '2024년 3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의하면 전기·전자제품, 선박 품목의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순서대로 26.7%와 65.3% 올랐다. 이는 전체 품목 중에서 2위와 1위에 해당한다.
반면 외인·기관 투자자는 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자동차 업종 투자에 인색한 모습이다. 연초 주요 순매수 종목에 금융·자동차 업종을 영위하는 상장사는 총 2개 사(KB금융·삼성생명)였는데, 5월 초(5월 3일~10일)에는 1곳(삼성생명)으로 줄었다.
이들 업종은 반도체·조선 업종에 비해 무역에서 부진했다. 지난 1분기 승용차 품목의 수출 실적은 직전 분기 대비 2.4% 늘었지만 자동차 부품의 수출 실적은 0.5% 줄었다. 금융 업종에서는 지난 1분기 8000만 달러의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최근 기록인 3월에는 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외인·기관 투자자들이 저PBR(주당순자산가치)나 주주환원책 등이 아닌 수출 실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적"이라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 특성상 대외 무역이 실적 개선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일본의 밸류업이 성공했던 결정적 이유 또한 엔저 현상 속 주요 상장사의 수출 실적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에게는 자사주 소각 후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 보다는 수출 상승을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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