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지키는 전공의 5.1% 수준
정부, 강경→회유→회유‧강경 양면전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복귀 기대"
"복귀 시 불이익 없도록 검토할 것"
의료공백 커지는데 속수무책 지적도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사집단행동을 펼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돌아오지 않은지 3개월째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인하기 위해 회유‧강경 대응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전공의는 '요지부동'이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의 출근 레지던트는 658명이다.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5.1%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복귀 유인책에 대해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에서 빨리 논의해 의료개혁을 완성하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라며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진에게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답했다.
◆ 전공의 미복귀 3개월…복지부, 회유‧강경 양면전 고수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은 지난 2월 19일부터 본격화됐다. 복지부는 당시 강경 대응 전략을 내세웠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를 유지하는 '진료유지명령'과 현장한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론 의료현장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명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는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1년 이하의 면허 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당시 "집단행동 발생 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4일부터 행정·사법처리를 시작하겠다며 전공의에 복귀를 당부했다.
반면 전공의들은 이같은 복지부의 강경 대응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22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1.2% 수준인 8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무지 이탈자인 행정처분 대상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63.1%인 7813명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를 당부했다. 복지부는 행정 처분을 유예하고 전공의에 복귀를 당부했다. 정부의 당근책에도 전공의가 3개월 째 복귀하고 있지 않자 복지부는 다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고심하고 있다.
조 장관은 "3개월 넘게 현행법 위반이 지속되고 있다"며 "절차를 재개하면 사전통지, 의견제출, 본처분 과정을 거치는데 본처분 시점을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별 현장을 떠난 시점과 사유가 달라 전공의 복귀 현황을 보면서 조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전공의를 향해 회유 전략도 함께 내세우고 있다. 올해 4년 차(3년제 과목은 3년 차) 레지던트는 내년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지난 20일까지 복귀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4년차 레지던트는 복귀하지 않았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3개월이 넘어가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추가 수련을 아무리해도 정해진 기간 내에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그런 경우도 복귀를 조속히 하면 불이익에 대해 정부가 추가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현장 의견을 들어보면 돌아오고자 하는 전공의도 있고 정부와 대화를 희망하는 전공의도 있는데 의견을 표출하는 즉시 공격의 대상이 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개별 전공의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일대일 대화와 공개 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전공의 복귀 유인책은…복지부 "의료개혁 완수"
복지부가 회유‧강경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현장에 남은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 대비 5.1%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전공의 미복귀가 장기화하고 내년 전문의 배출이 감소하면 단기적으로 의료 현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인하기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의료개혁을 위한 과제를 담은 필수의료패키지 완성을 꼽았다. 전공의가 요구한 수련시간 단축,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개편 등을 통해 전공의가 기존과 다른 근무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당초 정부에 7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문의 인력 증원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업무개시명령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다.
전공의가 제시한 7대 요구안 중 의대 증원은 이달 말 사실상 마무리된다. 서울고등법이 전공의와 의대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정원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신청에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의료개혁특위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이 가장 큰 과제"라며 "의료개혁특위에서 빨리 논의해 의료개혁을 완성하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다음 주부터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본격 실시한다. 시범사업을 1년 운영해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30시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또 각 병원이 여건에 따라 근무형태, 일정 조정, 추가 인력 투입을 조정하는 데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모집한 결과 신청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총 96개소 수련병원 중 46%인 44개소가 참여했다. 복지부는 신청 기간이 지났으나 추가 신청하는 병원이 있다면 개수 제한없이 신청받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오후 3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보건복지부] 2024.05.22 sdk1991@newspim.com |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가 복귀하면 기존과 다른 환경에서 수련받는다는 부분에 있어 중요하다"며 "참여 기관 수가 많고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뿐 아니라 인턴과 레지던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수련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전공의는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4년으로 구분된다. 인턴과 레지던트가 구분된 탓에 인턴은 제대로 된 수련 기간을 갖기보다 레지던트나 전문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복지부는 인턴과 레지던트가 제대로 된 수련체계 내에서 전공을 고민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수련 교과과정을 개선하고 지도전문의 배치기준 등을 마련할 방안이다. 또 전공의가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골고루 수련하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도 마련한다.
아울러 의료사고로부터 환자가 충분히 보상받고 의사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를 위해 의료사고 보험료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실효적 공제상품 개발‧운영한다. 반면 의료기관 안전공제회(가칭)을 설치해 피해자와 소통하고 상담할 전망이다.
조 장관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상 체계 개선과 근무 여건을 마련하겠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전공의가 빨리 돌아와 (정책이) 진료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봐 달라"고 당부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