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독특한 친환경 차에 투자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토요타, 미쓰비시, 미국 스텔란티스, 독일 폭스바겐, 중국 만리장성 자동차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브라질의 이른바 '플렉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올해에만 약 770억 헤알(약 20조 216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토요타는 110억 헤알 규모 자본 지출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몇 년 안에 신규 플렉스 하이브리드 차량 모델 2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 로고. [사진=뉴스핌DB] |
토요타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브라질에 플렉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했으며 누적 판매 대수는 약 7만 5000대다.
플렉스 하이브리드란 '플렉서블 연료 하이브리드'(flexible fuel hybrid)의 줄임말로, 전기모터와 바이오연료를 유연하게 혼용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현재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약 90%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과 석유 혼용의 플렉스 차량이다. 중동 석유 파동이 불거진 1970년대 브라질 군사독재정권은 값비싼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바이오연료 개발에 나섰다. 포르투갈 식민지 때부터 사탕수수 농업이 발달한 브라질은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1위 생산국이기도 하다.
일반 가솔린 차량도 에탄올을 사용해야 한다. 휘발유는 최소 27%의 바이오연료와 혼합되어야 한다는 게 법적 규정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든 주유소에는 에탄올 연료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브라질에서 투자하는 플렉스 하이브리드는 결국 플렉스 차량의 '전기화'(electrify)다. 세계 친환경 운동에 힘입어 전기차 전환이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브라질에서만큼은 플렉스 하이브리드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자동차 업계가 놓쳐선 안 될 고객이다. 그러나 내연차보다 비싼 일반 전기차를 내세우기에는 브라질 국민의 가계 부담으로 수요가 크지 않고 브라질의 광활한 국토 면적과 지형 특성상 대규모 전기차 충전소 보급이 어렵다. 플렉스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 충전 없이 에탄올 주입으로 구동한다.
무엇보다 사탕수수 원료의 에탄올이 휘발유 대비 73%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2009년 연구 결과도 있어 플렉스 차량의 전기화가 순수 전기차와 유사한 친환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단 설명이다.
토요타 브라질 법인의 로베르토 브라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사는 "플렉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은 유럽의 순수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과 매우 비슷하다"며 "하이브리드 플렉스 기술은 전기 재충전이나 소비자 습관의 변화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플렉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가격은 일반 플렉스 차량에 비해 약 10~15% 높은 수준으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순수 전기차보다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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