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중지'했지만
서울대 의대 교수,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
조건 없는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요구
복지부 "교수진 결정 유감…기존 방안대로 추진"
[서울=뉴스핌] 노연경 신도경 기자 = 정부가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의대 교수들은 되레 더 강경한 '집단 휴진'을 결정했다.
의대 교수들은 '조건부 행정처분 중지' 대신 '조건 없는 행정처분 철회'를 요구했다. 형평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이러한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정부의 대승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행정처분을 둘러싸고 다시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100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긴급 교수 총회에 교수진이 입장하고 있다. 2024.06.04 choipix16@newspim.com |
◆ 복지부 '출구전략'에도 서울대 의대 교수 집단 휴진 강행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전날 응급환자와 중환자 등을 진료해야 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오는 17일부터 교수진 전체가 휴진한다고 밝혔다.
휴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가 참여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계속된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해 지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하고, 정부의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된 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진의 이런 결정은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정지 및 사직서 수리를 허용해 주고 난 뒤에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기계적 법 집행'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음에도 교수진이 더 강경한 행동을 결정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전공의 단체가 요구한 7대 요구안 중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 , '의대 증원 백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사집단행동이 장기화하자 지난 4일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열고 병원장을 대상으로 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의대증원 백지화를 뺀 나머지 전공의가 요구한 6개 안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교수들은 이 발표에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중지'됐을 뿐 여전히 처분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6.04 yooksa@newspim.com |
◆ "어떤 경우에도 전공의에 대한 처분 없어야"
실제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도 "명령 철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장래를 향해 명령 철회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에 대해 조 장관은 "행정명령 등은 적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원점에서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를 향해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할 경우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정부의 행정처분 중단 조치는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에 한해서다. 미복귀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은 전공의 복귀 수준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전공의에 대한 '선처'라고 말하지만, 전공의가 받아들이기엔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실제로 복귀로 이어지고도 있지 않다"며 "오히려 실제 사직을 택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가시화됐다고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 처분 가능성이 직접적인 휴진 결정 원인이지만) 그간 정부 정책에 대한 교수들의 분노와 실망이 이번 상황을 통해 터져 나온 것 같다"며 "교수들이 휴진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다 써봤는데 그동안 상황이 크게 바뀌지 못했다. 이런 게 다 겹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고 결단을 내린 정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100일 넘게 자리를 비운 전공의에 대해 저부가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으면, 그간 진료현장을 떠나지 않고 병원을 지켜온 전공의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당연히 형평성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일 넘게 전공의가 현장에 돌아오지 않으며 현장의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은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했다"며 "정부는 비판을 각오하고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집단 휴진·파업 임박…의정갈등 다시 '강대강'
정부가 형평성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도 행정처분 중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결정하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또다시 '강대강' 대치 상황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자정까지 회원 13만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서울대병원에 이어 의사 파업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미 한 발 물러선 만큼, '행정처분 완전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집단행동을 하지 않으면 행정조치를 중단하겠다는 조건부를 빼고 철회하라는 입장에 대해 "가능성이 제로"라고 답했다.
또 복지부는 이날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수님들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가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함께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발표한 전공의 복귀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사실상 기존 입장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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