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인, 트란 안 훙의 풍미 가득한 로맨스 영화
깊은 와인 한 모금처럼 혀끝에 오래 남는 감칠맛 일품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의 말처럼 음식과 문화는 한몸이다. 76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트란 안 훙 감독의 신작 '프렌치 수프'를 보면서 내내 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프랑스 음식을 빼놓고 프랑스 문화를 얘기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 영화는 프랑스 음식을 안다면 프랑스식 로맨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4.06.10 oks34@newspim.com |
영화를 보러갈 때는 일단 살찍 허기진 상태에서 가는 것이 좋다. 프렌치 수프의 냄새는 맡을 수 없지만 시각과 상상력으로는 충분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간 함께 요리를 만들어온 파트너 외제니(줄리엣 비노쉬)와 도댕(브누아 마지멜)의 클래식 미식 로맨스 영화다.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트란 안 훙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에 감독상까지 거머쥐면서 '영화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영화는 마치 외제니와 도댕이 출연한 프랑스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재료 준비부터 요리 과정까지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음식 조리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심지어 배경음악도 별로 없이 요리과정을 카메라로 추적한다. 감독은 한때 실제 부부였던 두 배우의 미묘한 심리를 프랑스 요리를 만드는 정성으로 세심하게 담아낸다. 천재 요리사와 미식연구가의 합이 만들어낸 요리와 그들의 로맨스가 결을 같이 한다. 요리가 경험의 산물이라면 사랑도 기억이 주는 선물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프렌치 수프' 포스터.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24.06.10 oks34@newspim.com |
그러나 결국 상상력도 한계가 있다. 1800년도의 와인맛이나 프랑스 요리맛을 모르는 이방인에게 영화 속 등장하는 와인이나 요리에 심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깊은 눈매를 가진 줄리엣 비노쉬와 사랑을 그려나가는데 진심인 브누아 마지멜의 로맨스는 보는 내내 가슴이 저려온다. 감독은 요리와 로맨스의 공통점은 절제와 갈망에 있다고 말한다. 차고 넘치는 요리가 맛있기는 쉽지 않고, 모든 것이 넘치는 사랑으로는 감동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 6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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