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와 협업해 추진하던 XR 사업화 계획 잠정 보류
가격, 불편함, 디스플레이 기술 부재 등 한계 지적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LG전자가 메타와 협업해 추진하던 '확장현실(XR) 기기'의 사업화 시기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애플의 비전프로가 출시되면서 XR 기기에 대한 초기 관심은 높았지만 가격, 불편한 착용감, 디스플레이 기술 부재 등의 문제로 시장 개화가 늦어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 XR 소속 인력, R&D 등 다른 사업본부 재배치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메타와 추진하던 XR 사업화 계획을 뒤로 미루고 관련 사업 인력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조주완 LG전자 CEO 등이 만나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을 논의한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조 CEO는 저커버그 CEO와 회동이 끝난 뒤 "메타의 초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와 관련해 어떻게 인공지능(AI)을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며 "콘셉트는 다 잡혔고 발전시키는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왼쪽부터)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COO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산하에 신설했던 XR 사업 담당 소속 인력은 연구개발(R&D)과 다른 사업본부에 재배치한다.
LG전자는 XR 사업화 시점은 늦췄지만 기술개발은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메타와 XR 관련 협업은 중단하지만 다만 라마(LLAMA) 등 AI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와의 협력 관계는 이어간다.
◆ XR 기기, 가격·불편함 등 문제로 대중화 실패…삼성전자도 속도 조절
LG전자는 XR 시장의 더딘 성장세를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XR 헤드셋 시장의 2023년 연간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XR 헤드셋의 출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손잡고 XR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협업은 삼성전자가 기기를 제조하고, 퀄컴이 반도체 설계, 구글이 OS와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후 지난달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관련 정보가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XR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XR 헤드셋 출시 시점이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는 "3차원(D)의 흥행은 영화 '아바타'가 결정적이었는데, 이후 제조사들이 3D TV를 내놨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얼굴에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불편함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며 "비전프로 등 XR 기기는 무거운데다 가격까지 무척 높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XR 전용 콘텐츠 개발 속도가 더디고 전용 디스플레이 기술도 약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