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신흥국 절반 수준
기업 매출-이익 턴어라운드
고용-소비 주도로 성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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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 정책 전환) 기대감 이외에 밸류에이션 저평가도 월가가 브라질 주식의 비중 확대를 권고하는 근거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브라질 증시는 남미 지역의 신흥국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보베스파 지수와 브라질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아이셰어 MSCI 브라질 ETF(EWZ)가 과거 12개월 실적을 기준으로 7배 내외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이머징마켓에 광범위하게 투자하는 아이셰어 이머징마켓 ETF(EEM)이 14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브라질 증시가 상대적으로 절반 가량 저평가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증시와 비교하면 저평가가 더욱 두드러진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과거 12개월 실적을 기준으로 24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브라질 주식시장이 상품 가격 하락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기업 펀더멘털을 근거로 볼 때 강력한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
실제로 브라질의 최대 수출 품목인 대두 가격이 2024년 초 이후 7% 이상 하락해 밀과 코코아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 급등과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야데니 대표는 브라질 주요 기업에 대한 월가의 예상 실적 상향 조정에 주목한다. MSCI 브라질 인덱스 편입 종목들의 2024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2%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2023년 매출액이 9.8% 급감한 이후 강한 턴어라운드를 이루는 셈이다. 이들 기업의 순잉기 역시 2023년 22.3% 감소했지만 2024년 0.9%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기준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 |
브라질의 강력한 민간 소비가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고용 시장이 탄탄하고, 최저 임금이 상승 추세"라며 "가계 소비가 브라질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한편 주식시장에도 훈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3년 말 기준 5550억달러를 웃도는 운용 자산을 보유한 이타우 유니방코는 5월 초 보고서를 내고 개인 여신이 전년 동기에 비해 11% 이상 늘어났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신이 가파르게 늘어나지만 연체율이 통제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은행은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브라질 증시 전반의 상승 반전을 겨냥해 핵심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EWZ와 소형주로 구성된 아이셰어 MSCI 브라질 스몰캡 ETF(EWZS)를 추천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2000년 출시한 EWZ는 브라질 증시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총 운용 자산 규모가 46억달러를 웃도는 펀드는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이 1772만주에 이를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이 뜨겁다.
펀드의 운용 보수는 0.59%. 포트폴리오에는 광산 업체 발레(VALE3)가 11.8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페트롤레오 브라질레이루(PETR3) 및 페트롤레오 브라질레이루 Pfd(PETR4)가 각각 8.25%와 10.09%씩 편입됐다.
브라질 최대 시중 은행 이타우 유니방코 홀딩(ITUB4)가 8.20% 편입됐고, 전자 전기 업체 WEG(WEGE3)와 탄산 음료 대기업 앰베브(ABEV3)가 각각 3.67%와 2.92%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펀드의 단기 성적은 초라하다. 2024년 초 이후 15%를 웃도는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1개월 사이 손실이 약 7%에 달했다.
3개월 사이 펀드는 10.90%의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1년 사이에는 2.59%의 수익률을 올렸다. 3년간에는 2.22%의 손실을 냈다.
EWZS는 블랙록이 2010년 출시한 펀드로, MSCI 브라질 스몰캡 인덱스를 벤치마크로 추종한다.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수 후 보유 전략으로 자산을 불리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펀드는 총 운용 자산이 2억달러를 밑도는 소형 상품이다.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 역시 50만주를 소폭 상회, 앞서 살펴본 EWZ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펀드의 운용 보수는 0.59%다.
포트폴리오에는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EMBR3)가 9.29%로 편입 비중 1위를 차지했고, 식품 업체 BRF(BRFS3)와 쇼핑몰 업체 알로스(ALOS3), 브라질 최대 제철소 메탈루기카 게르다우(GOAU4)가 각각 3.99%와 3.07%, 2.61%씩 편입됐다.
소형주 펀드 역시 2024년 운용 성적은 저조하다. 최근 1개월 사이에만 약 4%의 손실을 냈고, 연초 이후 14%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1년과 3년 사이 손실폭은 각각 5.30%와 10.09%로 파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경제 전망을 낙관한다면 광산주 발레와 석유가스 업체 페트로브라스가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발레 ADR은 2024년 초 이후 24% 폭락했다. 시장 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이 10.9%에 달하고, 이를 감안할 때 비중 확대 전략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페트로브라스에 대해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식킹알파는 연초 이후 주가 약세와 변동성 상승에도 배당 수익률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2024년 1분기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2023년 4분기 0.1% 위축됐던 경제가 반등한 셈이다.
연율 기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로 집계, 월가의 예상치인 2.2%를 웃돌았다. 강한 고용이 지속되면서 가계 소비가 전분기 대비 1.5% 증가, 경제 성장에 힘을 실었다.
인텨뱅크의 라파엘라 비토리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국내 수요가 탄탄하다"며 "중앙은행이 5월 금리 인하 이후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월2일(현지시각)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 등급보다 두 단계 아래인 BB로 유지한 한편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