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에 치질 사건 적나라하게 드러내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처방받은 약재로 치질이 악화됐다며 한의원 앞에서 항의 시위해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이준석 판사)은 공갈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68)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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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한의원 홈페이지에서 치질 치료 효과가 있다는 약재 광고를 보고 이를 택배로 받아 사용했다. 이후 치질이 악화했다고 느낀 A씨는 2019년 5월 한의원 앞 길가에서 한의원 원장 B씨를 고발한다는 1인 항의 시위를 했다.
A씨가 시위를 하며 꺼내든 플래카드에는 A씨의 치질 사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에 병원 운영에 차질을 우려한 B씨는 "치질 치료 한약재를 계속 보내주고 생활비로 매달 30만원에서 40만원가량을 보내주면 1인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A씨의 요구에 2년 간 약재와 현금을 포함해 총 2001만원을 전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받은 것"이라며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 근거로는 A씨가 B씨를 의료과실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소해 의료법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형 처분을 받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벌금형 처분이 내려진 이유가 "B씨가 약재의 효험에 대해 오인할 만한 광고를 했으며, 또한 택배로 약재를 보내 의료 기관 외부에서 진료를 한 점, A씨의 증상을 상세히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었다"며 이것을 진료 과정에서 의료 과실을 저질렀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처분된 것 역시 고려됐다.
또한 재판부는 "B씨가 의료인과 환자 관계에 불과할 뿐 특별한 사이도 아닌 A씨에게 자발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약재에 더하여 현금까지 교부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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