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 해결 위해 리튬 직접 계약 나선 현대차그룹
LFP 배터리와 월등히 차이 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송호성 기아 사장 "전기차 주행거리 500km는 돼야"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 원료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섰다. 주행거리가 최소 450∼500㎞는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무게가 쏠린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The Kia EV3 월드프리미어 포토 미디어데이가 22일 오전 서울 성수언플러그드그라운드에서 열린 가운데 기아자동차는 일반형 소형 SUV EV3와 EV3 GT-Line을 국내 첫 공개 했다. 2024.05.22 leemario@newspim.com |
19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칠레 리튬업체 SQM은 현대차·기아와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QM은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의 리튬업체다. 이번에 현대차·기아와 맺은 계약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NCM 배터리 원료 되는 수산화리튬 확보 잰걸음
현대차의 수산화리튬 확보는 지난 1월 중국 계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월엔 중국 간펑리튬, 성신리튬에너지으로부터 각각 4년간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오는 2031년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필요한 물량 중 절반가량의 니켈을 고려아연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수산화리튬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원료다. 현대차그룹이 비싼 가격에도 긴 주행거리를 보장하는 NCM 배터리의 채택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수산화리튬은 NCM,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약 30~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NCM과 같은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1회 주행거리는 길지만 대신 가격이 다소 비싸다.
간펑리튬의 전람회 부스 모습[사진=바이두 캡쳐] |
배터리 가격은 차량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타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보급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값싼 LFP 배터리를 이용해 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대차가 꾸준히 수산화리튬 직접 공급 계약에 뛰어드는 것은 NCM 배터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NCM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월등히 높다. 가격 측면의 경쟁력만 해결된다면 LFP 배터리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
◆보급형에도 NCM 탑재한 현대차그룹…가격 경쟁력 기대감
현대차그룹의 차량 역시 LFP 배터리를 일부 보급형 모델에 탑재하고 있지만 주행거리 측면에선 확실히 차이가 난다. 유사한 수준의 경차를 비교해 봤을 때 기아의 레이 EV는 210km를 주행하지만 NCM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 캐스퍼 EV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약 400km 내외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NCM 배터리를 위해 공급망 확보와 연구 기술에 집중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공장(HLI그린파워)을 설립했다.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을 직접 확보 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높은 원료에 대한 공급망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자체 제작 배터리를 공급하기도 했다. 배터리는 독자 개발하고 SK온에서 위탁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급망 확보를 토대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중화 모델에도 LFP 배터리가 아닌 NCM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에는 모두 NCM 배터리가 적용됐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315km이며, EV3 롱레인지 모델(17인치 타이어 장착)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501km다. EV3는 보조금 포함 3000만원 대 출시 예정으로 배터리 가격 경쟁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달 21일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언급한 전기차 주행거리의 기대 수치를 보면 앞으로 NCM 배터리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송 사장은 "전기차에 대한 고객 기대를 분석한 결과 주행거리가 최소 450∼500㎞는 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이런 관점에 따라 배터리 타입을 결정했고, 그 결과 NCM 배터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는 "현재로서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자재 공급을 다변화시켜 원가를 낮추는 것"이라며 "현대차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 광물 공급을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로 인해 비싸졌던 배터리 가격과 전기차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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