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전액 아닌 가해자 책임비율만큼 제한"
"국민연금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지급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할 경우, 대위 범위는 공단이 지급한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합(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20일 국민연금공단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교통사고 피해자인 A씨에게 장애연금 약 2650만원을 지급한 후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면서 이 사건 소송에 승계참가했다.
원심은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먼저 보험급여액을 공제한 다음, 나머지 손해액에 대해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장애연금 전액이 아닌 가해자의 책임비율인 60%에 해당하는 금액(2650만원×60%) 약 159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국민연금공단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있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장애연금 전액인 2650만원이 지급대상에 해당한다며 상고했다.
과거 대법원은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을 채택했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전 판례를 깨고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채택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대위 범위가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법의 문언만으로 그 대위 범위를 반드시 공단이 부담한 '연금급여액 전액'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 국민연금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이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경우, 적어도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를 위해 부담할 비용이자 피해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국민연금공단의 대위 범위는 연금급여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에서는 건강보험, 산재보험 사안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채택했고, 국민연금 사안에서도 종전 '과실상계 후 공제'를 취하던 견해를 변경해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로써 주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에서 대위 범위에 관한 통일적인 법해석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