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무한경쟁에 기업 수익성 급감해
점주 "경쟁으로 드는 비용 만만한 우리에게 전가"
정부 각종 방안에도 해결책 없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앱을 운영하는 기업과 요식업 현장의 점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개 수수료, 배달비 인상 등에 따른 분쟁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굳이 배달 앱이 필요한가'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 요식업에서 제조와 유통이 분리되기까지 역사와 과정을 살펴 배달앱의 필요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배달앱이 가야 할 방향을 분석해 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3만2000원 판매 수익이 나오면 2만5000원 정도가 실제 입금됩니다. 인건비, 가스비, 임대료 다 빼면 전체 30~35% 정도 수익 중에서 20%가량을 배달앱에서 가져가는 꼴입니다. 이대로라면 마이너스에요".
경기도에서 떡볶이 프랜차이즈 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배달앱과 점주 간 갈등은 치열하다. 14년이 지나며 물가 반영 등으로 수수료도 많이 올랐다. 업체별 중개수수료는 모두 다른데 그중 가장 높은 업체는 요기요로, 전체 수익의 12.5%를 떼간다. A씨에 따르면 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플랫폼 중개수수료 뿐 아니라 부가세, 카드수수료, 배달비, 기타 광고비 등이 있다. 이를 모두 떼가면 남는 게 없다.
서울 교촌치킨 연남점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사진=뉴스핌DB] |
배달의민족이 지난 2월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 방식으로 수수료 구조를 바꾼 것도 갈등의 촉발제였다. 정해진 금액을 내던 것과 달리, 업주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에 비례해 수수료가 올라가는 구조라 영세 자영업자들의 마진이 급감하게 됐다.
플랫폼 3사에 모두 입점한 점주의 경우 결국 마이너스만 면하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장사를 하는 B씨는 1만8000원짜리 치킨을 팔면 겨우 2300원이 남는 꼴이라고 말했다.
◆ 업계 출혈경쟁에 수익성 악화…점주 "부담 전가"
배달앱과 점주 간 갈등 이면에는 업계의 출혈 경쟁이 있다. 그렇다면 배달앱은 왜 자사 수익성을 깎아먹으면서까지 치열한 경쟁을 시작하게 됐을까.
엔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문밖으로 나서고, 배달 3강 구도가 굳혀지며 나름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해졌다. 지난 2021년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시행으로 불붙은 단건 배달 경쟁 등은 경쟁 심화의 시작이다.
최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시행하면서 경쟁이 다시금 본격화됐다. 자회사 쿠팡을 등에 업은 쿠팡이츠는 다른 앱과는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타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요기요가 먼저 자체 멤버십 '요기패스X'의 수수료 반값 인하로 대응했고, 이어 배달의민족도 배민배달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게 됐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던 배달비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던 것을 앱이 오롯이 부담하게 된 셈이다.
배달 3사 플랫폼 이미지. [사진=인터넷 갈무리] |
배달업계 출혈 전쟁은 곧 쩐의 전쟁이다. 배달비 무료가 소비자에게 획기적인 혜택인 만큼, 누가 더 오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리한 건 거대 이커머스 쿠팡을 등 뒤에 업고 시장 장악에 나선 쿠팡이츠다.
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수익성은 나날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멤버십 제도를 운영 중인 요기요와 달리 배달의민족은 현재 모든 소비자를 상대로 무료 배달을 운영 중이다. 무료배달에 몰려든 소비자들로 시장이 성장세에 있음에도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하는 실정이다.
점주들은 이같은 업체간 경쟁의 피해를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 A씨는 "물귀신 작전으로 너 죽고 나 죽자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각종 대응책 나오지만 현실 가능성은 떨어져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주영 더불더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배달플랫폼, 라이더-소상공인-소비자 상생 촉구 기자회견에서 자영업자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소상공인, 소비자 갈등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살펴보고 있다.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 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부터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공공 배달앱 제정 등이 꼽힌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플랫폼 서비스 혜택이 줄어들며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컨슈머워치 등 소비자 단체는 온플법 등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기업 규제 시 상대적으로 국외보다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부작용도 따른다.
지자체들이 소상공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공공 배달앱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외면에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자본주의에 너무나도 익숙하기에 공공이 과감한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알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의사결정에 하나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황 교수는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등을 전가하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배달종사자, 요식업 점주라는 밸류체인 안에서 원가를 결정해 전가하는 구조가 된다"라며 "이제는 플랫폼 기업 배달 앱의 원가 체계와 어떻게 생성되고 만들어지는지, 누가 얼마큼 분담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야할 거 같다.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충분한 토의를 할 필요성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