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부에서 앱 배달 표준화되기까지
업계, 자체 배달 서비스 구축하며 파이 키워
무한 경쟁에 수수료 인상하며 점주와 갈등 증폭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앱을 운영하는 기업과 요식업 현장의 점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개 수수료, 배달비 인상 등에 따른 분쟁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굳이 배달 앱이 필요한가'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 요식업에서 제조와 유통이 분리되기까지 역사와 과정을 살펴 배달앱의 필요성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배달앱이 가야 할 방향을 분석해 본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여보세요 거기 짜장면집이죠? 짜장면 한 그릇, 짬뽕 한 그릇 배달해 주세요".
ㄱ부터 ㅎ까지 붙은 전화번호부를 뒤지거나, 집 앞 전단을 떼어 배달시키던 때가 있었다. 잘나가는 집은 배달 기사를 고용해 쓰기도 했지만 사장님이 직접 조리와 배달을 병행하는 곳도 많았다. 이때만 해도 '배달비'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짜장면 한 그릇만 시킬 경우, 퉁명한 사장님의 목소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전부였다.
2010년 첫 출현한 배달앱의 역사는 올해로 14년이 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고, 소프트웨어인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하면서 배달앱도 그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전화번호부를 앱으로 옮겨놓은 정도였지만, 점차 시스템을 확장하며 이제는 '배달=앱 주문'이 당연하게 됐다.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배달업 종사자가 주문받은 도시락을 들고있다. [사진=뉴스핌DB] |
소비 주체로 급부상한 MZ세대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졌다. 낯선 사람과 마주치기 싫은 고객에게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는 이제 필수 요청 사항이 됐다.
코로나19는 배달업계의 황금기였다. 너도나도 '비대면 서비스'를 시행하던 때에 이미 비대면 서비스가 주체였던 배달 업계는 순식간에 급부상했다. 외식과 만남이 제재된 때, 이미 골목 맛집 곳곳까지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던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업계 성장하며 갈등 수면 위로…초기 '기업 간 갈등' 치열
업계가 성장하며 기업 간 갈등은 치열해졌다. 최초 배달앱으로 지난 2010년 등장한 '배달통'은 치열한 경쟁에 밀려 11년 만에 서비스를 공식 종료하기도 했다.
어렵게 1위를 수성해 온 것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다. 배달통과 같은 해인 2010년 12월 출시된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기를 끌었다. 앱을 출시하기 전, 전국의 전단 광고 대행업체와 접촉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일찍이 사용자가 직접 동네 가게를 등록할 수 있도록 개방해 많은 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배달 3사 플랫폼 이미지. [사진=인터넷 갈무리] |
2011년 등장한 요기요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경쟁사를 인수하며 서비스를 확장해 최대 경쟁사로 떠올랐다. 글로벌 최대 음식 주문 네트워크를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인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시도했다.
이에 2019년에는 기업 간 갈등이 빚어졌다. 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맞붙은 것.
배달의민족은 매출 통합 관리 서비스 '배민장부' 서비스에서 요기요 매출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점주로부터 요기요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요기요 측은 배달의민족이 정보통신망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5개월간 협상 끝 업무 협약을 통해 갈등이 봉합됐다.
현재는 쿠팡에서 시작된 배달앱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 수성을 목적표로 무료 배달 등 적극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랐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점주·소비자 갈등 잇따라…업체별 수수료·광고료·대행료까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자영업자 폐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 중고물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점주 입장에서 배달앱의 출현은 나쁘지 않은 홍보 수단이었다. 힘들여 전단지를 붙일 필요도, 인건비를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앱 노출을 위해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으나 드는 비용은 비슷했다. 배달앱을 통한 수익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 구도가 강화되며 점주와의 갈등이 부각됐다. 배달시장의 성장세는 엔데믹 이후 주춤했으나 좁은 내수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수익성 고전을 면치 못한 업계는 자체 서비스를 강화해 점주를 대상으로 광고료를 받고, 수수료를 점차 인상하기 시작했다.
2018년쯤부터 가맹점에서는 과잉 수수료 갑질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배달 앱이 배달 시장 자체의 규모를 늘리고, 매출 상승에 기여하는 '동반자'이면서도 동시에 비용을 요구하고 그 여부에 따라 갑,을 관계가 되는 '적'이 됐다.
특히 배달 앱을 이용하는 가맹점 상당수가 비용 부담에 예민한 영세 자영업자라, 문제가 날카롭고 예민해졌다. 2018년 당시 음식점에서는 배달앱 이용에 대한 적정 요금이 2만원~4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으나, 당시 광고 기본료는 월 8만원으로 2배에 달했다.
배달 앱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자리 잡고, 동시에 여러 배달 앱이 등장하며 점주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두배, 세 배로 늘어났다. 한 번 지불하면 끝나는 광고료 외에 주문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도 부담해야 했으며 배달 대행료 부담도 뒤따랐다. 배달을 시킬 때 라이더에게 지불하는 비용으로, 원칙은 소비자 부담이지만 음식점이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구조다.
고물가가 도래하며 갈등은 격화됐다. 음식값을 올리면 소비자가 떠나고, 배달 앱 수수료를 줄이면 가게 매출이 떨어지면서 점주들은 코너에 몰렸다. 높은 임대료와 가맹 로열티, 인건비 등도 원인이었지만 이미 불붙은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배달 라이더와 음식점주는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점주들은 지난 21일 하루 배민 앱 배달 서비스 '배민1'을 보이콧한다. 지난 17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플랫폼 시장 경쟁 촉진 및 거래 공정화 입법을 요구하기도 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