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배터리 자회사 SK온 누적적자만 2조 넘어 '비상경영'
철강·석유화학·면세점 등 전방위 비상경영 확산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대내외 경영여건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삼성과 SK 등 주요 그룹사는 물론 업종별로도 철강, 배터리, 석유화학 등의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 SK그룹 배터리 자회사 SK온 누적적자만 2조원 넘어 '비상 경영'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이날부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조직을 효율화하고 흑자 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임원들에게 주어진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한다. 현재 시행 중인 해외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할 예정이다.
SK온의 이 같은 비상경영 선언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지속된 적자 행진 때문이다. SK온은 출범 이후 3년간 20조원 가까운 투자에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임원과 리더들부터 위기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하겠다"며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 철강·석유화학·면세점 등 전방위 비상경영 확산
철강업계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공세에 비상경영 상태다. 포스코는 임원들의 근무를 주 5일제로 되돌렸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철강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비상 근무에 나선 것이다. 임원 급여도 최대 20% 반납하기로 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공장 가동 시간을 줄여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국내·외 출장 비용을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자 임원 급여 삭감, 매장 면적 축소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전환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도 나섰다.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사적인 희망퇴직 등도 실시한다.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이날부터 임원들에 한해 주 6일제 근무를 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업황 부진에 따른 위기 대응 차원에서 토요일에도 근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도 이미 임원의 주 6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으로의 산업 전환기를 맞아 국내 전통 제조업체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