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수능 당시 화순 시험장서 송출오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과정에서 방송사고로 듣기평가 문제를 기존 순서대로 풀지 못한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A씨 등 수능 응시생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19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지난 2022년 11월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당시 전남 화순군의 한 고사장에서는 3교시 영어영역 듣기평가 방송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방송시스템의 오류로 송출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시험장 책임자는 대책 회의를 통해 독해 문항을 먼저 풀도록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복도 감독관과 시험실 감독관을 거쳐 응시생들에게 전달됐고 같은 날 오후 1시10분부터 25분 동안 진행 예정이던 듣기평가는 1시54분부터 시작됐다.
A씨 등은 "듣기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독해 문항을 푸는 학습 루틴대로 준비해 온 응시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시험에 영향을 끼쳤다"며 국가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중요한 시험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사실적인 불이익을 입은 원고들의 입장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제출된 증거들을 볼 때 해당 시험의 실시와 대처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 판사는 "기존에 대비해 온 것과 달리 듣기평가 방송이 나중에 진행돼 원고들이 사실적으로는 시험을 치르는 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도 "수능 영어영역 시험이 듣기평가를 제일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2023학년도 수능 감독관 유의사항'은 방송사고가 있는 경우 듣기평가가 나중에 실시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어 이 사건처럼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험장 책임자가 시험시간 4분을 추가해 실제 시험시간으로 2분가량이 추가되게 한 것은 예기치 못한 방송사고로 인한 시험의 지연과 그에 따른 안내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한 것이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