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궁금증이 풀린 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였다.
'블라인드 러너' 연출과 극본을 맡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19일 공연이 끝난후 20대 여성에게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요지는 "자유의 가치나 억압된 인물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서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이 한편으로는 낯설다. 그래서 이 공연을 선택했다"였다.
MZ세대다운 질문이다. 1000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린 까닭을 알수 있을 법한 대목이다. '블라인드 러너'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이들 역시 젊은층이었다.
연출과 극본을 맡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사진= 세종문화회관] |
쿠헤스타니는 "'지금 자유롭구나!'를 느끼면 늘 의문을 가져야 된다. 자유라는 것은 어느 목적도 아니고 얻을 수 있는 획득할 수 있는 어떤 상황도 아니다. 성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프로세스 절차이자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극 '블라인드 러너'는 자유를 향한 열망을 담은 세종문화회관의 '중동 시리즈' 2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 6월 세종측은 레바논 원작 연극 '연안지대'(와즈디 무아와드 작, 김정 연출)을 통해 레바논 내전으로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 있다.
2022년 9월, '히잡 시위' 시발점이 되었던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사건을 다룬 기자 닐루파 하메디와 남편의 실화를 모티프로 만들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2009년 이란 녹색 운동에 이어, 2022년 이란 히잡 시위(마흐사 아미니 시위)로 이어지는 이란인들의 투쟁을 담고 있다.
연극 '블라인드 러너' 공연중 월스크린에 여배우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 장면. [사진= 세종문화회관] |
극은 단 두사람에 의해 진행된다. 하지만 웹카메라와 월스크린은 배우들의 감정과 연기를 피부에 닿게 해준다.
"마지막 그 터널을 통과하려는 여성에게 '용기의 뱃지'를 수여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여성은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한다. 그때 주변의 사람들은 '왜 이걸 받아들이지 않냐' 반문한다. 여자는 쏘지는 않았어도 그 총탄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냐라고 답한다." -쿠헤스타니
6시간 이내 통과해야 살아남을수 있는 영국과 프랑스 해저 터널에서의 달리기로 막을 내린다.
블라인드 러너에서 두 배우들이 두손을 잡고 해저 터널을 달리는 장면. [사진= 세종문화회관] |
쿠헤스타니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거부하고 진짜 세상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공개했다.
"감옥에 갇힌 마라톤 선수를 상상한 게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잘 알거나 잘 듣지 못하는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들은 이야기들은 너무 단순하게 전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때마다 의문점을 가지려 한다. 또 작품을 본 다음에 너무 어려운 것 같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이게 진짜 세상이다."-쿠헤스타니
쿠헤스타니의 한국 초연작 '블라이드 러너'는 21일까지 이어진다. 페르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나온다. 20일 공연 후에는 구기연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알파고 시나씨(튀르키예 출신 언론인·코미디언)가 작품 속 중동, 유럽의 현안에 대해 함께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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