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이날 자정쯤부터 환불 절차 시작
대기자 500명가량…인도·차도에 대기줄 뒤섞여
티몬 직원 대기줄 정리도 안내도 없어
경찰·소방 현장 안전사고 대비
[서울=뉴스핌] 방보경·노연경 기자 = "남양주에서부터 새벽 1시 30분에 와서 번호표를 받았다. 직원들이 번호표만 받으면 환불해준다고 하는데 못 미더워서 집에 갔다 다시 와 기다리는 중이다."
26일 뿔난 소비자들이 본사 사무실을 새벽에 불법 점거하며 시작된 티몬의 환불 절차가 뙤약볕과 소나기가 반복되는 무더운 오후까지 이어졌다.
장대비가 내릴 때마다 대기자들은 인근 카페로 피했다 다시 본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소나기가 반복되며 체감온도는 33도에 달했지만 햇볕을 피할 그늘 한 점도, 환불 절차를 알려주러 나오는 직원 한 명도 없었다.
위메프에 이어 티몬도 이날 새벽부터 환불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에 경기 남양주에서부터 티몬 신사옥이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까지 한 달음에 달려왔다는 오승희(53) 씨는 800번대 번호표를 쥐고 주변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에 앉아있었다.
여행비 400만원가량을 환불 받아야 하는 오씨는 번호표를 받긴했지만 이후 환불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이날 환불 접수를 위한 대기 방식은 수기 작성에서 QR코드 입력 방식으로 갑자기 변경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경찰이 환불 접수 QR코드를 게시하자 피해자들이 몰리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
오씨는 "지금 600번대가 들어가고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환불 계좌랑 전화번호 등을 적는 걸로 알고있다"며 같은 피해자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로 다음 절차를 어림짐작했다.
이날 오후 대기자 약 500명은 티몬 본사 건물을 둘러쌌다. 고객센터는 연락을 받지 않고, 환불 안내를 받았지만 못 미더워 직접 찾아왔다는 피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대기줄에 서있던 홍씨는 "티켓 110만원 가량을 구매했다"며 "7월30일까지 환불해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확답을 못 받았고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대기줄은 오후에도 계속 늘어났지만 티몬 직원이 나와 대기줄이나 대기 시간을 안내해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기자들 사이에선 '대기줄이 어디부터 시작인거냐', '일을 이런 식으로 하냐'는 불만이 섞여 나왔다.
티몬 직원은 환불 관련 종이표를 나눠줄 때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탓에 티몬 직원이 나올 때 대기자들이 한 번에 몰려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대기줄은 티몬 본사를 넘어 옆 건물까지 길게 이어졌다. 한쪽 줄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지만, 한 쪽 줄은 통제가 없었다. 이 탓에 대기자들 사이에선 통제받는 대기줄이 더 늦게 들어가는 것 같다며 항의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안전사고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대기자들은 비와 햇빛을 피해 인근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까지 들어섰다. 대기자들은 '빵빵' 소리와 함께 입차 차량이 오면 잠시 일어섰다 다시 주차장 출입구에 앉아 대기했다. 대기 줄 사이에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병력 70여 명으로 구성된 기동팀을 배치했다. 차도와 인도에 섞인 대기자들의 위해 일대 도로를 경찰차로 막고 통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근 도로에는 정체가 빚어졌다.
인근 상인들도 대기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한 카페 사장은 밖으로 나와 경찰에 "가게 출입구다"라며 "아침부터 얘기했는데 줄을 좀 당겨달라"고 부탁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티몬,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들이 환불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07.26 choipix16@newspim.com |
무더운 날씨 탓에 인근엔 임시의료소가 설치됐고 구급차 2대와 소방차 2개가 배치됐다.
정산 지연 사태 이후 티몬은 전 직원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를 폐쇄했다. 위메프는 전날부터 대표가 본사에 직접 나와 피해, 환불 접수를 받았지만 티몬 구매자에 대한 환불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티몬은 전날 저녁 합동 조사를 나온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 관계자를 위해 본사 지하를 열었다가 항의를 하러 들어온 소비자들이 본사를 점거하고 관계자들을 나가지 못하게 하며 환불을 요구하자 이날 새벽부터 본사에서 환불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환불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공정위와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현장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소비자·판매자 피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각 부처가 합동해서 대응하고 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