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산 대출로 인한 피해 확대
셀러들 파산 위기 직면
정부와 은행에 책임 촉구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티몬의 미정산 사태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판매자(셀러) 중 디지털 가전을 전문으로 하는 셀러의 피해가 큰 가운데 이들은 은행과 티몬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대금을 받지 못하기 시작한 5월로부터 한 달 전인 4월부터 은행에서 티몬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티몬월드'를 보증으로 삼은 셀러들의 선정산 대출 규모를 2~3배가량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이 파산하면서 셀러들은 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됐다. 이들은 평소보다 대출 규모를 늘린 탓에 몇 배나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됐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큐텐(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 업체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조국혁신당 신장식·서왕진 의원이 서울 소재 상가에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2024.08.01 yym58@newspim.com |
1일 서울 시내 한 상가에서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과 신장식 의원이 주도한 '티몬월드 미정산 사태 관련 디지털 가전 피해 업체 긴급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피해 업체 대표 15~20인과 SC제일은행 임원 2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피해 셀러들은 한 목소리로 '티몬월드'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큐텐 그룹사 입점 업체의 선정산 대출 규모는 총 839억2000만 원인데 그중 티몬월드가 447억40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피해 셀러 A씨는 "작년 9월부터 티몬월드에 판매를 개시했는데 올 4월에 SC제일은행이 건실한 업체를 골라 판매할 수 있도록 티몬과 합작해 권장했다"며 "그때 매출이 티몬월드로 대부분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티몬월드로 판매자들이 다수 입점한 이후에는 은행에서 선정산 대출 금액 규모를 대폭 늘렸다. 선정산 대출이란 플랫폼 입점 업체에게 은행이 정산금을 먼저 지급하고, 추후에 은행이 플랫폼으로부터 정산금을 대신 지급받는 대출 상품이다. 현재 티몬월드 입점 업체에게 선정산 대출을 하는 곳은 SC제일은행이 유일하다.
피해 셀러 B씨는 "은행원이 저에게 선정산 금액을 60억까지 가능하다고 했다"며 "많이 필요 없다고 했더니 40억을 하라면서 특별 한도를 늘렸기 때문에 그 금액 중 50%는 무조건 써야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바로 다음 달인 5월부터 대금은 입금되지 않았다. 이 시기 큰 금액으로 판매를 늘렸던 디지털 가전 셀러들의 피해는 몇 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날 자리에서는 SC제일은행과 티몬이 결탁했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큐텐(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 업체 관계자가 1일 오전 조국혁신당 신장식·서왕진 의원이 서울 소재 상가에서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8.01 yym58@newspim.com |
특히 티몬의 재무 상태가 이미 예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이 같은 규모의 대출 상품을 만든 SC제일은행 측에 질타가 쏟아졌다.
'티몬의 자본 상황을 왜 진즉 평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길호 SC제일은행 SME 상품 전략 담당 이사는 "대부분의 쇼핑몰이 적자를 유지하고 있어 대출 상품을 선정할 때 쇼핑몰의 재무 현황보다는 사업 유지 기간, 시장 점유율, 정산 기간, 채권 양도 조건 등을 주안점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티몬에서는 6월부터 미지급 정황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SC제일은행이 그 당시 티몬의 수상한 정황을 눈치채지 못했냐고 추궁했다.
이 이사는 "대출 상품을 운영하는 5년간 정산 이슈가 없었다"며 "오류가 난 걸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결국 은행 측이 플랫폼을 보증으로 한 거액의 대출 상품을 출시할 때와 그 플랫폼에서 잡음이 생길 때까지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판매자들은 당장 이번 달부터 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날 판매자들은 이미 직원들이 모두 권고사직한 상태이며, 돈을 받지 못했는데도 연말정산에 7월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부가세, 법인세 등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정부, 은행, 티몬의 삼중 금융 피라미드 사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피해 셀러는 "정부에서 돈 줄 거란 기대가 없다"며 "세금을 착실하게 낸 돈으로 피해 복구를 해 달랬더니 사람들이 세금으로 메꾸지 말라고 뭐라 한다"며 정부 측에 "신용이라도 회복시켜 달라.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면 대리라도 뛰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