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연장 대접전끝 2-1 신승
전교 159명 소학교가 일본 3715개 고교 중 정상 등극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 일본 전역 방송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을 제패했다. '다윗의 기적'이다. 전교생 159명, 야구선수 61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가 전교생 2500명, 야구선수 100여명에 달하는 도쿄 명문 고교를 꺾고 일본 열도를 평정했다.
교토국제고는 학교가 작아 야구 선수들이 홈런을 치면 담장을 넘어간다. 때문에 훈련하면서 장타보다 단타치는 연습에 매진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에서 홈런 한 개 없이 결승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오전 10시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9회까지 0-0으로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무사 1, 2루 주자를 두고 벌이는 연장에서 2-1로 이겼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 [사진 = 교토국제고] |
연장 10회초 교토국제고는 선두타자가 우익수 방면 안타를 쳐 만든 무사 만루에서 2점을 뽑았고 10회말 수비에서 1점으로 막았다. 안타수 역시 교토국제고가 9개 대 4개로 앞섰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이날 승리 후 '일본해'가 아닌 "동해 바다 건너"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불렀고 이는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23일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 NHK 중계화면 캡처] |
교토국제고는 올해 본선 64강전에서 7-3, 32강전에서 4-0으로 승리하며 3차전에 올라 후쿠오카현 대표 니시닛폰단기대 부속고를 4-0으로 꺾었다. 8강전에서 나라현 대표 지벤고교에 4-0 완봉승을 거뒀다.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교에 3-2로 역전승을 거둬 승리팀 교가를 트는 전통에 따라 이미 5차례나 한국어 교가를 홈플레이트에서 제창했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를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로 일본의 학생 야구선수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최고 권위의 고교 야구 대회다. 전국에서 무려 4000개에 달하는 팀이 출전, 우승은 물론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 가운데 지역 예선을 거쳐 49개 학교가 본선에 올랐다.
[효고현 로이터=뉴스핌] 박상욱기자 = 교토국제고 야구주 선수들이 23일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23 psoq1337@newspim.com |
[효고현 로이터=뉴스핌] 박상욱기자 = 교토국제고 야구주 선수들이 23일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23 psoq1337@newspim.com |
올해 건설 100주년을 맞은 야구장 '고시엔(甲子園)'은 개장 연도가 육십갑자상 '갑자(甲子)년'인 1924년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으며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들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공부하는데 재적학생의 90%가 일본 국적이다. 남학생은 주로 야구부를 동경해서, 여학생은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며 전원이 일본 국적이다. 학생 모집을 위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해 야구부 역사도 20여년에 불과하다.
교토국제고 전경. [사진 = 교토국제고] |
교토국제고는 2021년 창단 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2022년 본선에서는 1차전에서 석패했고 지난해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승전을 치르기 전날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이날 결승전에는 진창수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가 참석했다.
지난 4월 부임한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부임 첫해 고시엔 우승이란 엄청난 경사를 맞았다. 백 교장은 재일 교포 단체의 지원과 학교 주변 주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에 고마움을 전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