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의 마법사' 니콜라스 파티, 호암미술관서 최대 규모 개인전 개최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신작 회화 20점·특별 제작 벽화 5점 등 전시
리움미술관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전시
[용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 최고 인기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첫 국내 개인전이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열린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29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DUST)' 전시 개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흐름을 주도하는 작가를 찾아으려고 했고, 그 일환으로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니콜라스 파티 [사진=이우정] 2024.08.29 alice09@newspim.com |
이번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 '더스트'는 '먼지로 이루어진 환영'을 만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전시기간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를 통해 주제를 강조한다. 전시는 작가의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 그리고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인다.
이날 김 부관장은 "호암미술관이 재개관한지 1년이 좀 넘었다. 그동안 호암미술관이 지역미술관, 주말나들이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벗어나 리움과 동등한 인지도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목표였다"라며 "니콜라스 파티를 초청한 것은 단순히 핫한 작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인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 주제와 미술사에서 잊힌 것을 재해석해 시공간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니콜라스 파티는 21세기에 회화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해드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니콜라스 파티의 '동굴'과 '백자 태호'가 함께 전시된 모습 [사진=김상태] 2024.08.29 alice09@newspim.com |
니콜라스 파티는 유년시절부터 그래피티를 체험하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 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또한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해 미술, 음악, 퍼포먼스가 융합된 전시와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작가의 다원적 경험은 벽화, 채색 조각, 총체적 설치와 전시기획을 포괄하는 작품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시 제목 '더스트'는 파스텔 고유의 특성을 회화적 재현의 주된 방식이자 주제로 받아들이는 파티의 작품세계와 연계된다. 마치 '나비 날개의 인분처럼' 쉽사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스텔은 지극히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이다. 작가는 파스텔화를 '먼지로 이루어진 가면'에 빗대며 마치 화장과 같이 파우더로 덮인 환영을 만든다.
'더스트'를 기획한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이번 전시는 호암에서 처음하는 동시대 작가 전시이자,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또한 가장 큰 규모의 서베이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전시를 보면 작가의 유년 시절과 연결이 돼 있다. 유년 시절 경험이 녹아져 있으며, 예술 에너지와 현장성, 즉흥성을 가진 작가"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니콜라스 파티의 '버섯이 있는 초상' [사진=Adam Reich] 2024.08.29 alice09@newspim.com |
전시를 위해 작가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을 참조하고, 그의 작업과 함께 병치하며 시대의 문화를 넘나드는 대화를 촉발한다. 장생과 불멸의 염원을 담아내는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 속 상징을 재치있게 샘플링해 상상의 팔선을 형상화한 신장 초상 8점을 선보인다.
곽 실장은 "생명 탄생과 예술의 기원을 담은 거대한 작가의 '동굴' 앞에 조선시대 '백자 태호'를 병치했다. 왕실의 번영뿐 아니라 나라의 번영을 기원한 상징적인 보물인 '백자 태호'를 작품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작가가 제일 처음 고른 것이 '십장생도 10곡병'이었다. 우리나라 작품 중 민화적 요소가 들어가 있고, 상징적인 요소가 있다. 전시 주제가 귀속과 소멸인데, '십장생도 10곡병'은 장생을 의미하는 그림이라 매료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이상향을 그려낸 풍경과 페인팅을 같이 전시해 놨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지구상에서 멸종된 종을 손바닥 만한 동판에 온순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담아낸 '공룡' 연작은 '청동운룡문 운판'에 재현된 상상의 동물이자, 불법을 수호하는 용의 이미지와 만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니콜라스 파티의 '구름' [사진=김상태] 2024.08.29 alice09@newspim.com |
니콜라스 파티 작가는 이번 '더스트'를 위해 6주 동안 용인에 머물며 전시를 준비했다. 이에 신작 회화 20점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이 호암미술관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파티 작가는 "6주 동안 용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서 벽화를 탄생시켜야 하는 노동집약적 시간을 보냈지만, 굉장히 오랜시간 머물면서 환경뿐 아니라 많은 분들과 어울릴 수 있어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고미술과의 협업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한국예술품과 함께 전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한국 고미술품은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이자, 복합적인 매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작년에 리움미술관에서 수장고와 소장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십장생도 10곡병'을 처음 봤다.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고미술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파티는 "특히 이번 전시에서 달항아리를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너무 뻔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백자 태호'를 추천해주셨다. 많은 미술품을 보며 한국예술 이미지를 차용하게 됐고, 복숭아와 사슴을 넣은 그림이 그 예시이다. 많은 걸 새롭고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니콜라스 파티의 '산'과 국보 '금동 용두보당'이 함께 설치된 전시 전경 [사진=김상태] 2024.08.29 alice09@newspim.com |
곽준영 기획실장은 "작가의 작품은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다. 그러면서 진지하다. 가볍다가도 무거워진다. 이런 것들이 묘하게 조화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보시는 분들이 예기치 않은 조화에서 여러 생각을 이끌어 내시길 바라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전했다.
전시와 연계해 니콜라트 파티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먼저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이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호암미술관 전시장 내에서 열린다. 또 ▲10월 8일 리움과 11월 5일 호암에서 열리는 ▲큐레이터 토크도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무료 오디오 가이드(큐피커)와 매일 오후 2시, 4시에 전시 설명 도슨트가 진행되며 가을 단풍이 한창일 9월 24일부터 11월 3일은 매일 오후 1시와 3시에 전통정원 희원 도슨트를 운영한다.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 '더스트'는 오는 8월 31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진행된다. 관람은 호암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매표마감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alice09@newspim.com